두통약 마약으로 속여 팔려던 사기꾼'쇠고랑'
2011-03-28 뉴스관리자
28일 경찰에 따르면 임모(32)씨는 지난 22일 채팅사이트에 '엑스터시 아시는 분'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열어놓고 구매자를 기다렸다.
채팅방을 발견한 김모(35)씨는 임씨에게 "약을 사고 싶다"며 말을 걸었고 "너무 비싸다" "그 돈이면 몇 알 더 줘야 한다"고 흥정하던 끝에 결국 엑스터시 10정을 30만원에 사기로 했다.
임씨는 택배로 약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김씨는 "광주에 사는데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나 약을 건네받고 바로 집에 가야 한다"고 설득, 터미널역에서 만나 '광주에서 온 김사장님이세요'라는 말을 암호로 약을 교환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11시 고속터미널역 3번 출구. 임씨가 미리 이야기한 대로 검정 후드티를 입은 키 170㎝의 남성에게 다가가 "저기… 광주에서 온 김 사장님…"이라고 말을 거는 순간 경찰관이 그를 덮쳤다.
애초 임씨에게 약을 사겠다고 접근했던 김씨는 서대문경찰서 강력팀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범죄사냥꾼'의 회원이었다.
강력팀장은 시민의 범죄 피해 상담을 들어주려고 10년간 이 사이트를 운영해 왔는데 그동안 많은 제보가 접수됐고 올들어서는 침입절도범, 성폭행범을 사이트 제보 덕에 붙잡기도 했다.
김씨는 마약을 팔겠다는 글을 발견하고 곧바로 강력팀장에게 연락했다. 팀장은 채팅방에서 임씨에게 말을 걸도록 한 뒤 직접 만나자는 약속을 이끌어낼 때까지 적절하게 조언을 했다.
약속 장소에는 검정 후드 티를 입은 강력팀 홍모(29) 순경이 김씨를 대신해 나갔고 이런 배경을 전혀 몰랐던 임씨는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붙잡혔다.
임씨는 경찰에서 "생활이 어려워 돈을 벌려고 그랬다"며 "은박지에 싸온 약은 어린이용 타이레놀인데 물로 타이레놀 글씨만 지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타이레놀인 듯 보이는 약에 마약성분이 들어 있을 수도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어린이용 타이레놀을 마약인 것처럼 속여 팔려고 한 혐의(사기)로 임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알약이 마약으로 판정되면 혐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