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은-외환 두 노조에 미움털 박힌 윤용로
2011-03-30 임민희 기자
특히, 기업은행 노조 측은 윤용로 씨가 기업은행을 떠난 지 3개월도 안 돼 경쟁사인 외환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경영기밀 유출을 우려하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전 행장은 지난 3년간(2007~2010년) 기업은행장을 맡아 시중은행의 막강한 4강 체제를 무너뜨리고 기업은행을 은행 순위 4위에 올려놨으나 이제는 경쟁사인 하나금융을 도와 기업은행을 위협하는 위치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 전 행장은 퇴임 직후 공백기 없이 곧바로 외환은행의 수장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기업은행 노조 측은 경쟁은행인 하나은행에 기업은행의 영업노하우와 경영전략 등 내부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전 행장이 외환은행장에 최종 선임될 경우 윤 전 행장 시절 측근관계에 있던 기업은행 내부직원들의 거취 변화도 주목되고 있다.
윤용로씨가 기업은행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은행 경영 및 영업 노하우를 빼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관련 직원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게 기업은행 노조측의 입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론스타에 지급해야할 인수대금 조달을 완료하고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 둔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는 물론 기업은행 노조까지 나서 윤용로씨를 공격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7일 하나금융이 윤 전 행장을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내정하자 다음날인 8일 "외환은행장 내정을 백지화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노조 측은 "기업은행을 떠난 지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기업은행의 영업기밀과 노하우를 가지고 경쟁은행의 CEO(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도의적으로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윤 전 행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어 "(윤용로 씨가) 외환은행장의 꿈을 접지 않는 한 기업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은행의 내부 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필연이며 그에 관여한 직원은 불가피하게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자산규모 4~5위인데 국책은행의 수장이 퇴임 후 3개월 만에 경쟁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엄연히 상도위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건전경영과 도덕적 잣대 측면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정보 유출 가능성을 지적, "윤 전 행장을 3년 동안 보필했던 직원이나 동료들의 경우 향후 윤 전 행장으로부터 일상적 안부나 일반적인 자료요청 등을 받더라도 괜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내부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될 경우 이들이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외환은행 노조의 인수 반대에 기업은행 노조까지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면서 윤용로 전 행장은 양사 노조로부터 적지 않은 공격을 받고 있다.
금융계는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도 불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낼 것인지 여부와 윤 전 행장이 외환은행 노조와 기업은행 노조 측의 공세에 어떤 처세술로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은행법에 따르면 '임원의 자격요건'으로 '은행의 임원은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서 은행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과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자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은행총괄팀 관계자는 "비전문가 또는 징계, 부실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금융사간 CEO 이직은 허용되고 있다"며 "각 회사마다 선임된 CEO와 계약을 맺을 때 '비밀유지' 조항을 명시하고 있고 관련법에서도 '신용질서 준수'를 자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로 이직을 하더라도 전 근무지의 기밀정보를 누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