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기업 부실 계열사에도 칼날

확실한 보증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서 없으면 가점 안준다

2011-04-03     임민희 기자


앞으로 대기업 계열사라 하더라도 모기업이 뼈를 깎는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시행됨에 따라 재계에 회오리가 예상된다.


LIG그룹과 효성그룹의 '꼬리 자르기(?)'에 뒤통수를 맞은 시중은행들과 금융당국은 이같은 방침을 확정하고 강력 시행할 방침이다.


최근 LIG그룹은 LIG건설을 인수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은행권에서 대출을 신청했고 은행들은 LIG그룹이라는 이름값을 높게 평가해 선뜻 대출에 응했다.


하지만 그룹 측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건설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자 LIG건설의 처리를 법원에 떠넘겨 버렸으며 이 과정에서 대출을 해준 은행 측에는 사전통보조차 하지 않아 금융권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효성그룹 역시 지난 2월 진흥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을 신청해 부실 계열사를 '꼬리 자르기'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달 28일 신동균 전국은행연합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들이 참석해 대기업들의 꼬리자르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함으로써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던 터였다.


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향후 기업 신용위험평가 때 모기업의 `지원 계획서'나 `확실한 보증' 등을 확보하지 못한 대기업 계열사에는 더 이상 `가점'을 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모기업 후광으로 구조조정을 피해온 부실 계열사 상당수가 올해 구조조정에 대상에 오를 전망이며 100대 건설사들 중에서는 올해 5개기업 안팎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대상에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시중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 2천여 개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신용위험평가에서 대기업 계열사 평가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까지 은행들은 대기업 계열사 신용위험평가 때 모기업이 `지원 각서'만 제출해도 가점을 줬으나 올해부터 증자시기와 규모, 자금조달 방법 등의 증빙자료가 포함된 `지원 계획서'를 내지 않으면 가점을 주지 않기로 했다.
 

또 부실이나 위험 징후가 있는 대기업 계열사는 구조조정을 피하려면 모기업의 `확실한 보증'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LIG 사례는 일개 기업이 얼마나 시장을 흐릴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며 "시장의 신뢰와 관례가 무너져 다른 선량한 대기업들도 피해를 보거나 불편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 모기업이 계열사를 지원하겠다는 각서만 내면 가점을 부여해 C등급(워크아웃)을 받을 기업이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받는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는 모기업이 지원계획서를 내거나 보증을 서지 않는 부실 계열사는 가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점을 받아 B등급을 받던 대기업 계열사들 중 모기업의 지원계획서 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C등급으로 전락,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업 신용평가 한 관계자도 "은행들이 그동안 대기업이라면 관대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말처럼 과연 혹독한 구조조정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신용평가 부서에서 C등급과 D등급 기업을 선정해도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조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데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많아질수록 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커져서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선정되지 않으면 대출금의 0.5%만 충당금으로 적립해도 되는데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하면 대출금의 2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