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직연금 '역꺾기' 도마위에

2011-04-04     김문수 기자
대기업들이 퇴직연금 가입을 미끼로 금융회사에 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이른바 ‘역 꺾기’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은 최근 50여 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20여 개 금융회사를 1차 사업자로 선정해 퇴직연금 가입 시 제공 가능한 혜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 뒤 한 금융회사가 제안한 혜택을 다른 금융회사에 알려주고 금리 인하와 추가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전자업체나 통신업체는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자사 전자제품을 사거나 유무선 전화, 인터넷망 가입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유통업체의 경우 자사 상품권을 사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보유한 카드사 지분 인수를 통해 카드업 진출을 꾀하는 일부 대기업이 해당 카드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은행들에 퇴직연금을 할당해 주는 대신 지분 매각가격을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금융회사들에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대규모 직원 수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 HMC투자증권[001500], 하이투자증권, 현대증권[003450], 한화손해보험[000370], 동부생명, 동부화재[005830] 등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계열사 물량을 싹쓸이 해가면서 은행 등 순수 금융회사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 간 과당경쟁 단속에 나선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시장 내 과당 경쟁을 일으키는 대기업의 ‘역 꺾기’에 대한 감독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과당 경쟁의 피해가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자정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방하남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달콤한 사탕이 장기적으로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퇴직연금 소비자들이 정보를 교환해 자정 캠페인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