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식 '한국판 IB 육성'= 메가뱅크 전초전?

2011-04-05     임민희 기자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천명하면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와 함께 정부 주도의 금융권 빅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민영화를 진행 중인 산은지주(회장 강만수)소속의 대우증권과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재차 언급,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관련, 경제계 일각에선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통합을 염두에 둔 '전초적 발언'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도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메가뱅크 추진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합병보다는 '개별 민영화' 뜻을 피력하며 선을 그었지만 '대형 IB 추진'과 더불어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어 '메가뱅크'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석동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화끈하게 IB를 육성하겠다”며 정부 주도의 '한국형 IB'의 탄생을 예고했다.

또한 지난 1일에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대한 로드맵은 이미 갖고 있지만 절차상 시간이 필요하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안이 매력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기능재편과 민간부문의 강력한 IB 출현의 필요성을 제기,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을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밝힌 것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발언이어서 향후 합병대상과 실현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증권계에서는 우리금융과 산은지주의 민영화 문제가 거론되면서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어 왔다. 최근에는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산업은행의 IB부문까지 통합하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강만수발 메가뱅크'의 전초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강 회장은 지난 1일 산은 창립 57주년 기념식에서도 "한국금융의 대표 브랜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을 향해 거듭나야 한다"며 메가뱅크 추진 의지를 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산은지주와 우리지주 합병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석동 위원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우리금융은 기본적으로 민영회사이기 때문에 민간으로 돌려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산은지주와 (우리금융 민영화를) 별도로 보고 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올해 2분기 안에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5월 중에는 민영화 후속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측은 금융당국의 민영화 향방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우리금융은 '성공적인 민영화 추진'을 경영목표로 세운 가운데 지난 3일 민영화 추진을 담당하는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과 인원보강에 나섰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이팔성 회장이 2기 경영체계를 맞아 책임경영체제 구축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 민영화 달성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향후 민영화 로드맵을 발표하면 이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대형 IB 추진'과 관련해 "우리투자증권은 비은행 부문의 핵심계열사로서 분리매각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어 그룹 내부에서 우려했던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뜻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팔성 회장도 지난 1일 우리금융 창립 10주년 기념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우증권은 리테일이 강점이고 우리투자증권은 IB가 강세라서 합병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아직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 회장은 연임을 확정지은 후 블록세일 등을 통한 민영화 추진,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반대 등 소신발언을 쏟아냈지만 최근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