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회장이 이끄는 농협금융, 걱정이 태산
최근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가 내년 3월 금융지주회사 출범에 앞서 구조 개편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글로벌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협은 신용(금융)과 경제 사업 분리를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프랑스 1위 금융그룹인 크레디아그리콜처럼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금융지주사로 성장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크레디아그리콜은 초기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제도적인 부분을 개선해 나가면서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농협이 글로벌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전횡을 끊고 제도 보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농협은 무엇보다 획기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 금융지주사 출범과 더불어 농협은행이 설립되면 단계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농협은 프랑스의 1위 은행, 크레디아그리콜(CA)을 롤모델로 삼고 금융지주사 설립에 앞서 구조 개편에 나서는 등 후속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금융기관으로 시작한 CA는 그간 시대흐름에 맞춰 제도적인 변모를 꾀하며 자산규모 세계 6위 은행으로 성장한 글로벌 금융사다.
1894년 쥘 멜린이 농업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한 CA는 1988년 프랑스 정부가 공공법인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했으며, 1991년에 상업은행 형태로 변모됐다. 1996년에는 엥도수에즈은행을 합병하며 영역을 확대했고 개인·기업체 융자, 예탁 등의 금융업무를 담당하며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거듭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의 경우 여러 차례 제도를 보완하고, 다양한 규모의 금융회사를 인수 합병(M&A)하며 성장한 것”이라며 “세계시장 진출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프랑스 정부와 유럽의 금융시장 통합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농협은 지난해 10월 뉴욕에 신용부문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농협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일각에서는 농협이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경쟁력 강화에 앞서 제도 보완 및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통한 이미지 재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농협은 1988년 직선제 도입 이후 금융사고와 비리 문제로 중앙회 회장이 구속 됐으며 횡령,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아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또한 농협 자회사의 임원 및 간부에 농협중앙회 출신의 인사를 줄곧 투입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리․횡령 등의 금융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금융회사의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며 “2009년부터 회장의 권한 제한 등 지배구조 개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최원병 회장의 4년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내년 농협 금융지주 출범을 앞두고 올 하반기에 회장 선거일정까지 잡혀있어 갈길바쁜 농협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새로 출범할 금융지주사와 자회사의 인선작업과 관련 과감한 인적쇄신이 이뤄져야 하는데 회장이 선거에 몰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금융 전문가는 농협의 금융지주사 출범 이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 총자산 229조원 규모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출범하더라도 국내에서 업계 5위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재 금융업계는 이미 포화 상태에기 때문에 자체성장하기도 쉽지 않다. M&A등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나서지 않는 한 국내에서도 빛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의 글로벌 진출이 그리 쉬운 게 아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없는데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다”며 “다른 나라에 가서 잘하리란 보장도 없는데다 장기간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 관계자는 글로벌금융그룹 도약과 관련해 “크레디아그리콜이 참고할만한 조직이기는 하지만 벤치마킹하지는 않고 있다”며 “인사나 비전 등 구체적인 사업구조 개편 내용은 후반기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가운데 전문가들은 농협금융지주가 성공하려면 선출직 회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완전 독립이 이뤄져야 하며 나아가 외부 금융전문가를 과감히 영입해 기존의 낙후된 경영행태를 확 뜯어 고치는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야만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