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의 '소맥폭탄',이호림·김영규 잡을까?
박문덕 하이트홀딩스 회장<사진>이 하이트맥주와 진로를 통합하는 '통큰' 결단을 내렸다. 내노라하는 애널리스트는 물론 주변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과감한 결단이었다. 실적악화를 타파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던진 셈이다.
박 회장이 소주 시장의 터줏대감인 진로와 맥주 시장의 선두업체인 하이트의 피와 살을 섞는 이른바 '소맥 폭탄주'를 제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이들 두 회사의 경영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23.9%와 48.7%나 격감했다.
하이트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23.8%와 29.0% 줄었다.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06년 59.7%를 정점으로 2010년 53.7%로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올들어서도 실적은 시원찮고 주가도 추락하고 있다.
이호림 오비맥주 대표가 '카스'를 앞세워 하이트맥주의 목을 죄고 있고 김영규 롯데주류 대표가 '처음처럼'으로 텃밭인 수도권 시장을 잠식해 들어 오자 이들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두 회사를 통합하고 CEO를 한칼에 물갈이 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를 통합하며 이장규 하이트맥주 부회장과 윤종웅 진로 사장, 하진홍 하이트맥주 생산부문 사장을 각각 고문으로 퇴진시키는 파격 인사도 단행했다. 신임 하이트맥주 사장으로는 김인규 부사장이 승진했고, 진로 사장에는 이남수 전무가 임명됐다.
이번 회사 통합과 인사는 최근 수년간 롯데주류BG, 오비맥주 등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는 양사의 위기를 일거에 타파하기 위해 박문덕회장이 던진 비장의 승부수다. 기존 임원들의 2선 퇴진은 문책성 인사이면서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퇴진한 임원들은 6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신임 임원들은 40~50대로 젊어졌다.
◇ '소맥' 주류공룡 등장
하이트진로그룹은 세계 주류산업의 통합 트랜드에 따라 하이트-진로도 합병을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합병은 진로가 하이트맥주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병 기일은 오는 9월1일. 하이트맥주 주주는 1주당 진로 보통주 3.03주를 받는다. 오는 7월28일 회사별로 주주총회를 거쳐 8월17일까지 주식매수청구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하이트맥주는 오는 8월30일부터 9월25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이로써 하이트진로는 소주, 맥주 등 주류 전분야를 총망라하는 국내 최대 규모 주류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양사의 통합은 주류업계에 쇼크를 안겨주고 있다. 당초 이달부터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영업망 통합이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느닷없이 기업 통합이 발표되고 최고 경영진마저 대거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경쟁 주류업체들이 양사의 통합이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며 크게 긴장하고 있다.
◇ 실적악화가 주범
지난해 하반기 하이트맥주 이장규 부회장이 선보인 신제품 맥주 ‘드라이피니시 d’는 시장에서 나름 선전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시장점유율 회복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마케팅 비용만 축내고 있다는 내부의 불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박회장이 올 초부터 취임 1주년을 앞둔 이 부회장에 대해 신임을 거뒀다는 소문도 돌았다.
올 1월에는 출고량 기준으로 오비맥주의 카스가 43.1%의 시장 점유률을 차지한데 반해 하이트는 41.8%를 기록했다. 17년만에 오비맥주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 부회장은 박 회장의 신임을 받아 2007년 그룹 부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하이트맥주 대표이사까지 올랐지만 결국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했다.
맥주 뿐만 아니라 진로 소주의 실적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 2008년 이후 소주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주류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3월 57.8%에 달했던 진로 소주는 작년 40% 초반대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 2세 승계 멍석깔기?
새로 선임된 최고 경영진들은 모두 40~50대다. 김인규 하이트맥주 부사장은 영업통으로 역대 CEO 중에 가장 젊은 49세다. 조직 쇄신을 하기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진로를 진두 지휘하게 된 이남수 사장도 1989년 진로 부장으로 입사해 해외사업본부장을 지내는 등 글로벌 영업을 펼칠 인재로 지목되고 있다.
이같은 세대교체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2세 경영승계를 염두에 두고 멍석을 깔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의 장남 태영씨는 생맥주 관련기기를 만드는 서영이앤티의 최대주주(58.44%)이면서 하이트홀딩스의 2대 주주다. 차남 재홍씨도 서영이앤티의 2대주주(21.63%)로 있다. 서영이앤티는 3년만에 하이트맥주와의 내부거래를 200% 늘리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서영이앤티가 지배회사로 올라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