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구경 갔다가 허탕…‘아직 오지 않은 봄’
이상 저온으로 봄꽃 개화 지연, '2011한강 여의도 봄꽃축제' 연기
집 앞 담벼락을 가득 메운 개나리가 이젠 노랗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 황홀한 광경 앞에서도 나는 옆집 꼬마가 노란색 포스터컬러를 확 쏟아놓은 것 같은 부조화를 느끼고 있으니, 이건 대체 무슨 심보람?
밤낮으로 옷깃을 스치는 스산한 바람 때문이라고 애써 핑계를 대보지만
내 기분 따위야 어찌됐건 의심할 여지도 없는 완연한 봄, 바야흐로 흩날리는 벚꽃들이 솔로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4월이다. 혼자면 어때! 겨우내 고달팠던 심신을 다독이고자 지금쯤 봄꽃축제가 한창일-한창일 것이라 생각했던-, 여의도를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한강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봄의 향연은커녕 텅 빈 산책로와 달리는 차들뿐이었다. 벚나무에 봉오리가 동그랗게 맺혀있는 것을 보니 봄꽃축제는 아직 시작 전인가 보다.
평소엔 그토록 게을러터진 내가 이번엔 어쩌자고 이렇게 서둘렀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벚꽃 흩날리는 배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가지만 앙상한 벚나무들 사이를 걷기로 했다. 이따금씩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저 사람들은 어째서 혼자 이 길을 걷고 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걷기 시작한지 10분도 안 돼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나는 절대 다시는 혼자 이곳을 찾지 않으리라, 수없이 다짐해야 했다. ‘아, 황금 같은 주말이여~’
알고 봤더니 당초 9일부터 개최 예정이던 '2011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는 이상 저온에 따른 봄꽃 개화의 지연으로 전국적으로 봄꽃축제 역시 미뤄진 것이었다.
기간 연기로 인해 축제 개·폐막식, 거리 퍼레이드, 한강 재즈페스티벌, 무대공연 등 일부 행사가 취소됐지만 거리 공연, 전시회위주의 프로그램들은 풍성하게 준비돼 있다고.
외로운 솔로들에겐 봄기운조차 쉬이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아 야속하지만, 너무 걱정은 마시길. 봄이야 때가 되면 또 어김없이 찾아오고야 말테니. ‘2011 한강 여의도 봄꽃 축제’는 18일까지.
<제7회 한강여의도 봄꽃축제>
◆ 기 간
- 문화 예술 공연 : 2011. 4. 13(수) ~ 4. 17(일)
- 차 없는 봄꽃길 : 2011. 4. 11(월) ~ 4. 18(월)
◆ 주요 행사
- 개막식 : 4. 13(수) 18:20 하늘무대
- KBS전국노래자랑 : 4.13(수) 13:00 국회 둔치 운동장
- 거리문화예술공연 : 4. 14(목) ~ 4. 17(일) 하늘무대, 소리무대, 꽃잎 길, 꽃잎마당
- 꽃장식전시회 : 4. 12(화) ~ 4. 17(일) 여의서로(서강대교 남단~국회동문)
- 불꽃하늘 불꽃쇼 : 4. 13(수) 19:30~40 / 4. 16(토), 17(일) 20:5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