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형제의 난' 건너자 또 호된 복병

2011-04-13     류세나 기자

'형제의 난'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홀로서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호그룹과의 분리작업 막바지에 '검찰수사'라는 강력한 복병을 만난 것. 이에 따라 계열분리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박 회장에 대한 도덕성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현재 채권단 지휘 아래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으로서는 이번 검찰조사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수사의 초점이 비자금 조성 혐의여서 박 회장과 회사 측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 '비자금' 의혹으로 계열분리 작업까지 휘청


13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차맹기)에 따르면 검찰은 금호석화가 하청업체와의 거래에서 비용을 부풀려 지급하고 이를 다시 돌려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 지난 12일 서울 신문로 금호석화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비자금이 수십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임직원에 대한 계좌추적은 물론 회장부속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화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워크아웃 중인 금호타이어, 금호산업에 대한 계열분리를 신청하는 등 독자경영체제 구축에 안간힘을 써왔다.


게다가 계열분리 신청 사유로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들의 워크아웃으로 분리경영 중인 금호석화까지 대외 신인도가 떨어진다"는 기업건전성을 내세웠다. 그런데 불과 한달여 만에 비자금 의혹에 휩싸여 자칫 모든 명분과 전략이 물거품이 될 수는 상황에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교롭게도 압수수색이 단행된 12일은 박 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IISRP)' 총회기간 중이어서 금호석화는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망신살도 톡톡히 얻게 됐다.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된 52차 IISRP 총회에는 글로벌 주요 합성고무기업 61개사 160여명이 참석중이다.


이와 관련 금호석화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고,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중에 있다"고 말했다.


◆ '승자의 저주' 나비효과 어디까지…곳곳에 암초


이에 앞서 박삼구, 박찬구 회장은 '승자의 저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형제간 내홍을 겪었다. 두 명의 회장은 2009년 7월 경영상 책임을 들어 퇴진했다가 지난해 각각 금호그룹 회장, 금호석화 회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두 회사는 전산시스템을 분리하는 등 독자경영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어 금호석화는 지난달 공정위에 계열분리를 신청하는 등 금호그룹 계열사들과의 출자 연결고리를 끊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금호석화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으로 금호그룹과 금호석화의 계열분리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