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도입 관련, 규제완화 범위 놓고 진통
2011-04-18 임민희 기자
헤지펀드는 소수의 고액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 투자자본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고위험,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상품 특성상 단기 공격적 투자라는 점에서 투기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시장 변동성에 구애받지 않는 안정적 절대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헤지펀드' 국내 도입을 놓고 수년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일부 외국 헤지펀드가 환투기와 주식대량매도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을 교란시켜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장했던 전례가 있고 시장 과열 시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점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증권계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현행 사모펀드 규제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특히, 자문형 랩이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받아 손실 규모가 큰 반면 헤지펀드는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고수익 측면만 보고 '묻지마 투자'로 이어질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금융리스크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성공할까?
제로인 펀드평가사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관련규정 등의 제약이 따르는 펀드공모보다 자체전략과 자산배분 등이 자유로운 사모 펀드를 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공모 펀드 규모는 400억원 정도인 반면 사모펀드 규모는 6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제로인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우리CS헤지펀드인덱스알파펀드'(공모 펀드)가 출시됐으나 3년 동안 자산규모가 5억원에 못 미쳐 판매를 중단됐고 다른 유사 상품들도 출시됐다가 절반 이상이 없어진 상태"라면서도 "국내 헤지펀드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형태지만 개인일임계좌나 증권사 고유계정을 통해 많은 자금들이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는 국내에서 아직 설립이 허용되지 않아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사모)재간접형 헤지펀드로 설정, 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헤지전략 추구 펀드'가 대거 출시되는 등 각 증권사와 운용사별로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에 앞서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부회장 최현만)과 삼성증권(사장 박준현), 대우증권(사장 임기영)은 이미 지난해부터 외국의 헤지펀드를 국내펀드에 편입하는 방식인 재간접펀드 상품을 출시해 왔고 동양종금증권(사장 유준열)과 현대증권(사장 최경수)도 올해 유사상품 출시에 나서는 등 증권계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부터 북극성알파1~4호(총 350억원)를 설정했고 지난달에도 '북극성알파사모5호'를 설정(최소가입 1억원)했다. 동양종금증권도 지난 2월 '한국투자멀티CTA사모1호'를 모집한데 이어 '동양멀티스트래티지사모1호'와 '동양글로벌알파사모증권투자신탁TC-1호' '동양멀티CTA사모증권1호' 등을 설정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회장 박현주)과 한국투자신탁운용(대표이사 정찬형) 등도 네트워크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채권, 펀드 등 전통적인 투자방식과 금융공학, 부동산 PF 등 대안투자(AI)방식을 가져가고 있는데 미국, 홍콩법인 등에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선 '헤지펀드' 도입이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규제완화'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이를 운용할 수 있을 만한 네트워크와 경험,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증권계․금융당국, 헤지펀드 도입 한목소리..투자자피해 우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두고 '자본시장 제도개선 민관합동위원회'(이하 합동위원회)를 발족, 사모펀드 규제체계 선진화(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와 관련, 본격적인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합동위원회는 펀드가입 자격을 금융회사나 연기금처럼 적격투자자 및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로 제한하고 자기자본 규모, 전문인력, 운용자산규모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증권사에만 운용을 허용키로 하는 등의 세부안을 논의중이다.
또 차입규모는 펀드재산의 400%이내로 정하고 파생상품 거래와 공매도 허용 등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주문을 내는 것으로 선진국 수준보다는 레버리지 한도와 공매도 허용범위를 안정적으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에는 금융당국과 증권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헤지펀드의 경제적 이익 및 제도개선방향'과 관련 국회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진출이 활발한데도 우리는 규제로 국내금융시장에서도 경쟁이 제약되는 상황"이라며 "헤지펀드는 고위험 투기성 투자보다는 적극적인 위험 관리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해, 헤지펀드 도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혜훈 의원(한나라당)은 "헤지펀드는 단기 공격적 투자로 투자액 전액 손실의 위험이 있는데도 투자자들에게 고수익 측면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보호장치와 금융시스템 위험을 줄이는 장치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를 위해 헤지펀드를 관찰하는 전담팀 설치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헤지펀드 투자기관에 대한 감시 등을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증권계는 적격투자자 범위와 관련, 현행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전문투자자'로 제한한 부분을 유지할지, 가입기준을 10억원 규모로 대폭 낮출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가입 문턱이 너무 높으면 헤지펀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축과 반대로 너무 낮추면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또 '헤지펀드'에 대한 개념정립이 미흡하고 '투기자본'이란 부정적 인식이 여전한데다 일부에선 고수익, 절대수익 등 '대박상품'으로 보는 경향이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선진국에서 운용하는 시스템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지 의문"이라며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처럼 네트워크와 전문인력을 구비하고 있는지, 감독당국이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 등을 고려해 규제수준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헤지펀드 도입의 목적은 글로벌 규제수준을 반영해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규제완화 허용범위와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7월 쯤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선 투기성 자본이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시장변동에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오히려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리스크 위험이 높은 구조조정 등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사회고부가 가치 창출과 시장에 자금을 공급해 주는 사회적․경제적 순기능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