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주유소 '실종사건'
2007-04-12 뉴스관리자
한때 SK 주유소의‘상징’이었던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맞은 편 주유소. 주위에 방송사가 몰려있어 기름값이 오르거나 내릴 때 이곳에서 기름 넣는 모습이 TV 화면에 자주 잡혔고 여의도 고급 상업부지 한가운데 자리잡아 기름값이 비싸다는 명성(?)까지 얻었던 곳이다.
SK에서도‘신규 사업의 실험실’이란 얘기까지 했던 이곳에 지금은 최첨단 주상복합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이 주유소는 지난해 6월 3일 문을 닫았다. 한 달 매출이 전국 SK주유소 중 상위 5% 이내에 들 정도 로 알짜배기였지만 부동산가격 급등과 주상복합 건설 붐을 타고 하루 아침에 헐리고 만 것이다.
#장면 2
서울 강남 집에서 광화문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모 씨. 출퇴근 때마다 주유소가 보이면 기름을 가급적 가득 넣는다. 갈수록 동네 주유소가 사라지는데다 서울도심에서 주유소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주유소가 사라지고 있다. 사업이 안돼 망하는 게 아니다.
폐업한 주유소 중 상당수가 비교적‘목’좋은 곳에서 안정된 주유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광풍이 서울시내 주유소를 몰아내고 있다. 기름 파는 것보다는 고급 오피스텔 같은 상업용 건물을 짓고 고가에 분양하는 게 오히려 더 매력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월 802개에 달했던 서울시내 주유소가 지난해 말에는 703개로 12.3%(99개)나 줄었다. 이런 현상은 상업용 건물이 밀집해 있고 부동산가격 급등의 상징이 돼버린‘강남 3구’가 더 극심하다. 같은 기간 서초구의 주유소는 56개에서 49개로, 송파구는 55개에서 48개로 줄었다.
강남구는 79개에서 56개로 29.1%나 감소했다. 6년 사이 주유소 10개 중 3개가 문을 닫은 꼴이다.지난해만 따져보더라도 강남지역 주유소의 수난시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폐업한11개 주유소 중 절반이 넘는 6곳이 이 3개 구에 있던 주유소다.
나머지 주유소도 광진구, 영등포구 등 부동산 경기 붐을 탄 곳이거나 상업건물이 주변을 에워 싼곳에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지난 6년간 서울시내 주유소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정유업체 등 기업체 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는 오히려 증가하고,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만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2년 초전체 802개 중 479개였던 자영 주유소는 지난해 말에는 339개로 크게 줄어든 반면, 323개였던 직영 주유소는 364개로오히려 늘어났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