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100원 인하…주유소만 배불렀다?
정유4사가 기름값을 ℓ당 100원씩 인하한지 2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가격은 찔끔 내리는데 그쳐 소비자들은 사실상 인하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싸게 사놓은 재고분이 팔리기전까지 내리기 어렵다는 상당수 일선 주유소들의 주장은 결국 핑계에 가까웠던 셈이다.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정유 4사가 기름 값을 내리기 전날인 6일 ℓ당 1천970.92원이었던 일선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18일 현재 1천944.49원으로 불과 26.43원 내린 데 그쳤다.
경유가격의 인하폭은 더 작다.
가격 인하 전인 6일 1천801.62원이었던 자동차용 경유가격은 18일 현재 1천789.73원으로 겨우 11.89원 내렸다.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를 내린 직후인 지난 7일 "재고물량이 많아서 당장 기름 값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둘러대던 주유소업자들의 변명이 무색한 상황이다.
당시 일선 주유소들은 "미리 비싼 값으로 확보해놓은 재고물량이 소진되려면 1~2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2주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가격 인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ℓ당 100원씩 인하했는데도 불구하고 주유소 기름 값은 요지부동인 것은 SK에너지의 경우 사후정산 방식이어서 주유소 인하가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정유사들의 가격 인하 조치 이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약간 올라 상쇄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주유소업자들이 "이 기회에 한몫 잡아보자"는 심산으로 싼값에 기름을 공급받아 놓고서도 공급가 인하분만큼을 일선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SK에너지가 나머지 정유 3사처럼 공급가를 인하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도 일선 주유소의 기름 값 인하폭은 ℓ당 100원에 훨씬 못 미친다"며 "정유사가 아무리 기름 값을 내려 공급해도 일선 주유소에서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