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전자 맞소송, 전면전일까? 국지전일까?

2011-04-20     김현준 기자

삼성전자에게 애플은 적인가? 아군인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자사의 기술과 인터페이스 등을 모방,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15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그동안 애플의 갖가지 도발에도 협력사의 의리를 지켜 침묵으로 일관하던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맞소송 대응을 천명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최대 라이벌이지만 부품 공급 관계에서는 최대 협력사여서 두 회사의 향후 대결이 어떻게 진행될지 세계 IT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왜 소송을 진행했을까?

이번 소송에서 애플은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디자인은 물론, 아이콘을 포함한 UI(User Interface)까지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 대변인 크리스틴 휴구엣은 "삼성의 뻔뻔스러운 베끼기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한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애플의 입장은 올 3월 '아이패드2' 발표행사에서 했던 잡스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당시 잡스는 삼성전자 태블릿PC의 판매 부진을 언급한 다음 다른 제조사들과 묶어 'Copycat(모방품)'이라고 폄하했었다.

애플은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전면 4버튼을 기본으로 하는 여타 안드로이드 제품군과 달리 3버튼 구조에 한가운데 아이폰식 홈버튼 개념의 버튼을 배치한 점을 디자인 베끼기로 규정하고 있다. 또 박스디자인을 포함한 갤럭시S의 광고사진 또한 애플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도 짚고 있다.


(위:'아이폰4' / 아래 '갤럭시S')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같이 날카롭게 대응하고 있는 데 대해 선두주자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 등을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 때마다 '옴니아2', '갤럭시S', '갤럭시탭' 등을 뚝딱 만들어 추격해오는 삼성전자에 대해 일종의 부담을 느꼈다는 것. 후발주자로 참여해 시장을 흡수하는 삼성전자에게 더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경고를 한 셈이다.

더이상 삼성전자의 부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종의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납품해왔던 부품 중 A5칩은 대만의 'TSMC'로, nand플래시메모리는 '인텔-마이크론'으로, LCD는 '엘지전자'로 대체할 수 있다"며 "이런 뜻으로 소송이 진행된 것이라면 앞으로 애플-삼성전자의 공조가 장밋빛만은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은 왜 맞대응했나?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 처음으로 강력 대응을 천명했기 때문. 애플의 제소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거래처이지만 애플이 법적인 소송까지 한 만큼 바로 대응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수많은 통신표준 관련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애플은 오히려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반격했다. 삼성전자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도 '법적인 대응을 통한 권리보호'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동안 애플의 반복되는 도발에 대해 삼성전자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지난해 10월 4분기 실적발표 후 있었던 전체회의에서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갤럭시탭'을 겨냥, "내달부터 쏟아질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DOA'(Dead on arrival: 도착 즉시 사망)하게 될 것이며 제조사들은 뼈아픈 교훈을 얻고 내년에 우리처럼 10인치로 화면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막말을 했고, 지난달 3일 '아이패드2' 출시 때도 "'갤럭시탭'은 모방품"이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이러한 도발에도 삼성은 최대 거래처인 애플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처해왔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201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4%를 차지하는 큰손으로 4.4%의 소니에 이어 두 번째 대형 거래처다. 삼성전자의 올해 애플 공급 예상액도 8조6천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최대 고객사임에도 삼성전자가 이번에 맞소송이라는 강력 대응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현재 시점이 갖는 중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주 중에 '갤럭시S2' 출시가 잡혀 있고 곧이어 '갤럭시탭10.1', '갤럭시탭8.9'도 나올 계획"이라며 "이번에 맞대응하지 않을 경우 얻을 브랜드 이미지 및 신뢰도 추락이 전략제품 매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양사의 관계는… 공조? 경쟁?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가 당장 변화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사실 지적재산권을 매개로 한 소송은 국제적으로 보면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 HTC, 모토로라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애플 또한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으로부터 수십 건에 달하는 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로서는 애플로부터 당하는 첫 소송이라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깨기 어려운 점도 있다. '아이폰4'나 '아이패드2' 가 물량공급에 시달리는 있는 상황에서 판을 완전히 깨는 모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는 까닭이다. 이는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스마트폰 시장 지형 자체를 변화시킬 만한 큰 사건은 아니지만 양사의 첫 소송인 만큼 앞으로 양사 관계가 공조일지 경쟁일지 방향을 분명히 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