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전화 걸어 금융사기를 치다니?"

2007-04-14     장의식기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을 사칭하고 돈을 입금하게 하는 `보이스 피싱' 사기범이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덜미를 잡혔다.

13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중국인 정모(37)씨는 지난 11일 오전 경찰서 구내전화 수십 곳으로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을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정씨의 서툰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으면 끊고 같은 국번으로 전화를 다시 건 것.

수사과 경제팀의 김모 경장은 정씨의 전화를 받은 순간 `보이스 피싱' 사기임을 직감하고 돈을 입금할 것처럼 속는 `연기'를 했다.

정씨는 한 은행 조사팀 직원을 사칭해 "당신 명의로 된 카드로 198만원이 결제됐다"는 음성메시지를 보낸 뒤, 피해자가 `그 은행 카드가 없다'고 대답하면 "곧 금융감독원에서 전화를 할테니 시키는대로 보안코드를 변경하라"고 말했다.

곧 이어 다른 일당이 전화를 걸어 "금융감독원인데 당신 명의를 도용한 카드가 연체되고 있으니 보안카드 번호를 변경하라"며 현금인출기를 조작해 자신들의 계좌로 입금하게 했다.

경찰은 정씨가 불러준 계좌로 10원을 입금한 뒤 계좌번호를 확보하고 다음날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은행에서 돈을 이체중이던 정씨를 검거했다.

정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정모(54.여)씨 등 3명으로부터 1천600여만원을 입금받아 가로챘으며 경찰은 총책과 공범을 쫓는 한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경찰은 이날 정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