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워크아웃 건설사 성적표…우림 웃고, 풍림 울었다

2011-04-21     류세나 기자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워크아웃 상태에 있는 건설사들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정권 초창기 부실건설사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 중 일부는 건설경기 불황 지속에도 불구, 꾸준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가고 있어 최근 들어 갑자기 쓰러지는 업체들보다 오히려 형편이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지난 2009년 1월 경남기업, 풍림산업, 우림건설 등 11개 업체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까지 모두 3차에 걸쳐 총 33개 건설사를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채권단의 금융지원을 받으면서 힘겹게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됐던 일부 건설사는 활발할 기업활동을 하며 워크아웃 졸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로 워크아웃 3년차에 접어든 '1차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들의 성적표를 짚어봤다.


◆ 경남기업·우림건설, 재도약 기틀 마련 분주


<최근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 중견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동양건설산업>

2009년 4월 1차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경남기업, 풍림산업, 우림건설, 삼호, 월드건설, 동문건설, 이수건설, 대동종합건설, 롯데기공, 삼능건설, 신일건업 등 11개사다.


이중 롯데기공과 신일건업은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했고 대동종합건설, 삼능건설, 월드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나머지 6개사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7위 건설사인 경남기업(회장 성완종, 대표 김호영)은 채권단과 경영정상화계획에 대한 이행약정을 체결한 이후로도 꾸준한 수주행진을 보이며 업계사이에서 올해 내 워크아웃 졸업이 유력시 되고 있다.


실제로 경남기업은 지난해 공공부문에서만 업계 톱10 수준인 1조2천억원을 수주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기업의 단일 베트남 투자사업 가운데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업무·주거복합단지 '랜드마크 72'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남기업은 전년대비 6.67% 감소한 1조5천9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72억원, 204억원으로 각각 6.69%, 9.89% 감소했다.


각각의 영업지표는 감소했지만, 워크아웃 개시 이후 경남기업의 재무상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아웃 대상 선정 당시 285.4%였던 부채비율이 251.3%로 감소했으며, 자기자본 비율은 25.9%에서 28.4%로 늘어났다.


실제로 경남기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 지분 처분에 이어 김포한강신도시를 비롯한 2천685억원 상당의 용지를 매각하고, 17% 가량의 인원을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2008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국회의원 김영선 주최, 대한건설협회 주관으로 열린 '건설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우림건설 박준홍 상무(왼쪽)가 건설업계의 금융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54위 우림건설(대표 심영섭)도 워크아웃 이후 세 차례의 조직개편 단행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를 워크아웃 졸업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실제로 우림건설은 워크아웃 이후 사업지 및 자산매각, 사업구조조정 및 인력감축 등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어 워크아웃 모범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산, 경기도 안산 등에서 잇달아 재건축 수주를 하는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또 해외에서는 알제리 하수처리시설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중국 쿤산 지역에서 짓고 있는 1천532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100% 사전분양 하는 등의 실적도 올렸다.


우림건설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지난 7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우림건설은 지난해 4천7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워크아웃에 돌입한 2009년보다 약 3.6% 감소한 규모지만 영업이익은 203억원으로 전년대비 7.8% 늘어났다. 특히 2009년 1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에서 1년 만에 9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큰폭의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부채비율 역시 775.0%에서 701.2%로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자기자본 비율도 1.0% 늘어났다.


◆ 부채·부채·부채…발목 잡는 '부실의 늪'


풍림산업(대표 이필웅)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24위의 건설사로 올 12월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에도 조달청과 256억5천398만원 규모의 경상북도 본청 및 의회청사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영정상화 이행 계획에 따라 부실사업장을 정리하면서 정산비용을 투입하는 바람에 전년대비 8.32%의 매출(1조583억원) 증가에도 불구하고 7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풍림산업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45%로 전년대비 각각 149%, 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85%로 전년보다 102% 감소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림그룹 계열사인 삼호(대표 김풍진)는 워크아웃 개시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도급사업 축소 등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액이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4천500억원의 매출과 3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3%, 21.9% 감소한 수치다.


또 여기에 PF사업의 대출채권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 337억원 설정, 대물인수자산 할인매각에 따른 손상차손 106억원 계상 등으로 489억9천300만원의 당기순손실로 기록, 적자전환했다.


부채총계의 경우 전년대비 4.0% 감소했지만 자기자본이 줄면서 부채비율은 523.16%로 141.37% 늘어났다.


동문건설(대표 경재용)의 지난해 매출은 1천745억원으로 전기대비 50.65% 감소했으며 일반관리비 증가, 영업외비용의 증가 등의 이유로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기준 동문건설의 자산은 3천734억원, 부채는 2천562억원, 자기자본은 1천17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9.49%, 32.07%, 23.10% 감소했다.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건설(대표 이재원)은 지난해 2천482억원의 매출액과 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액 3.44%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82.59% 늘었지만 적자신세는 면치 못했다.


그러나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104.6%에서 131.5%로 늘어나고, 부채비율 역시 183.3%에서 117.7%로 감소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6.6%에서 23.7%로 줄어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초기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들은 생존하고 있는 반면 최근 들어 멀쩡한 회사들이 PF부실로 쓰러지고 있는 것은 부실 건설사 구조조정이 미흡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차라리 워크아웃에 들어간 업체들이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회생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