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부실, 전 TK-PK 출신 당국자들 '합작품?
2011-04-22 임민희 기자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여․야의원들은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책임이 '금융당국의 정책실패와 부실한 관리감독'에 있다는데 공감대를 보여 향후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규제를 비롯한 관련제도 대폭손질과 관리감독 강화 등 후속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또한 저축은행 PF부실 사태를 이끈 전․현직 금융당국자중 상당수의 금융당국 수장이 능력중심보다는 특정지역 출신을 과도하게 기용해 발생했다는 점도 시급히 개선해야할 과제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계에서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제도적․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관리감독 소홀 집중 질타, 전․현정부 '책임공방' 한계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과 22일 진행된 '저축은행 청문회'는 김대중 정부 시절 예금보호한도 확대, 노무현 정부 시절 '88클럽' 도입이 적절했는지와 현 정부 및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비리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청문회에는 이헌재․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진동수 전 금융위위원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전․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했다.
PF부실로 영업정지를 당했던 8개 저축은행 가운데 일부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와 감사들은 건강과 검찰 조사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청문회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부실책임 소재와 관련 전․현정부 책임론을 따지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부실 청문회'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저축은행 부실책임이 전 정부에 있음을 밝히는데 주력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은 부실사태가 현 정부 및 금융당국자들에게 있음을 지적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전․현직 금융당국 수장들 역시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특히, 집중공격을 받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기재부 장관은 "당시는 최선의 대책이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전 부총리는 국민의정부 시절인 1999년 금융감독위원장과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했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5년까지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상호신용금고의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변경해 준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다수당일 때 국회서 처리해준 것"이라고 일축했다.
윤 장관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맡은 데 이어 현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 장관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부실책임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문세례를 받았다.
윤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88클럽'을 도입, 저축은행의 PF 대출이 늘어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지금 잣대로만 보지 말라.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현 정부들어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08년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을 허용하면서 저축은행의 몸집을 키워 잠재부실이 커졌다는데 지적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1차적인 책임은 저축은행들의 부실영업에 있다"고 발뺌해 빈축을 샀다.
금융당국수장, TK 등 영남권 편중인사 척결하고 능력중심 인사해야
저축은행 청문회는 여야 의원들간 '네탓 공방'과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으로 얼룩졌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정책실패와 관리감독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후속대책이 취해질 전망이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으로서 감독에 미흡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감독소홀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이 서민 금융지원이라는 원래 기능으로 돌아가는 것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며 "앞으로는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PF부실 사태가 확산되자 지난달 17일 '저축은행 경영 건전화를 위한 감독강화 방안'을 발표, 불법 대주주에 대한 직접 감사제도 도입, 불법행위 대주주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적격심사를 통한 부적격 대주주 퇴출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또한 우량저축은행 여신한도 우대조치를 폐지하고 동일 PF대출 사업장내 복수의 시행사를 동일차주(그룹)로 간주해 여신 한도를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제한했다. 이밖에도 부실책임 규명 및 검사역량 강화를 위해 부실우려 저축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 금감원의 검사전담 인력 보강, 금감원-예보 공동검사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검사 강화와 제도적 개선 외에도 저축은행 PF부실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인사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금융당국 수장들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등 영남권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다수 금융당국 수장자리가 TK계 등 범영남권 인사로 채워지면서 호남․강원출신 소외론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현재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부산, 권혁세 금감원장은 대구로 영남출신이 금융감독기관 수장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김종창 전 금감원장도 경북 예천으로 대표적인 TK출신이다. 윤증현 장관 역시 경남 마산 출신으로 영남권 인사다.
더구나 윤 장관은 전 정권에서 저축은행을 부실로 이끈 정책실패자라는 지적에도 현 정부의 금융정책의 수장자리에 올랐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전 정권에서 큰 흠결이 있는 인사를 다시 기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특정 지역색에 의존하는 인사가 아니라 전문성과 청렴성 등 행정관료로서의 능력과 도덕적 자질이 입증된 인사정책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