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노령이라 망설이게 되는 치질수술

2011-04-25     뉴스관리자

나이를 들어가면서 주름살이 늘듯이 치질, 즉 치핵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심해지는 병이다.

물론 연세가 드신 분들은 활동량이 줄기 때문에 치핵이 부어서 아프거나 치핵에서 피가 나는 일들은 젊었을 때보다 그 빈도가 줄어들지만 변을 볼 때 치핵 덩어리가 빠지는 탈항은 연세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탈항은 변을 볼 때 치질 덩어리가 항문 속에서 밖으로 빠져 나오는 현상으로, 탈항이 전혀 없이 출혈만 있으면 1도 치핵, 변을 본 직후에 저절로 항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엔 2도 치핵, 변을 다 본 후에도 탈항된 치핵이 들어가질 않아서 손으로 밀어 넣어야 되거나 한동안 누워 있어야 들어가면 3도 치핵, 손으로 넣어도 잘 안 들어가거나 들어갔다가도 금방 저절로 빠져 나오면 4도 치핵이라고 한다.

짐작하시다시피, 3도 치핵 정도가 되면 생활에 불편을 많이 느끼게 되며 거기서 더 진행된 4도 치핵 정도가 되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어서 치핵이 수시로 빠져 나오기 때문에 산보 등의 일상 활동에도 많은 지장을 주게 된다.

문제는 연세가 들어가면서 3도나 4도 치핵으로 점점 더 진행되는 어르신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연세가 들수록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탈항의 증상이 심한 분들은 활동이 점점 위축이 돼서 외출도 잘 하지 않게 되어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연세가 들수록 치핵도 더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으시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많은 어르신들께서나 그 자녀된 분들의 입장에서는, 연세가 많은데 수술을 받아도 괜찮은 것인지 걱정하며 망설이는 것을 보게 된다. 연세가 드셨는데 혹시 마취 부작용은 없을까, 수술 후 상처는 잘 나을 수 있을까, 수술 후에 변을 참지 못하는 후유증이 혹시 생기진 않을까 하는 염려들이다.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한편 당연한 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론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도 젊은이들 못지 않게 치핵수술을 받고 잘 낫는 것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치핵수술의 마취는 전신마취가 아닌 일종의 부분 마취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심혈관 질환이 많고 폐기능이 약화된 어르신들에게도 큰 후유증이 없이 시행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진료경험을 통해서 보면 흔히 염려하는 것처럼 어르신들에서 수술 상처가 더디거나 합병증이 많이 생기지 않고 오히려 젊은이들에서 보다 더 잘 낫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아마도, 약간은 느슨한 괄약근의 힘 때문에 혈관 압박이 적어서 혈액순환이 오히려 젊은 분들에서보다 더 좋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전문병원에서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수술을 받으신다면 치핵수술 후에 괄약근이 약해지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실제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보면 90세가 넘은 분들도 여러분 수술을 해드렸는데, 수술 후에 상처가 잘 낫지 않아 고생하셨거나 염려하는 변실금 등으로 불편을 호소한 분은 한 분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히려 고질병과도 같은 심한 치핵을 고친 것에 대해 기뻐하고, 또 활동도 더 자유스럽고 활발해져서 건강한 모습으로 오셔서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신 분들이 많다.

생명엔 직접 지장이 없는 병인 치핵. 그러나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께는 둑에 생긴 작은 구멍과도 같이 건강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병인 치핵. 막연한 염려로 망설이지 마시고 빨리 수술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린다.

도움말=기쁨병원 강윤식 원장 (www.joyfullhospit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