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금감원, 금융소비자들 경악
감시.감독 기관이 부실 저축은행 범죄 연루..엄중문책과 인적쇄신 시급
2011-04-27 임민희 기자
특히, 부산저축은행 등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 모두 영업정지 전날 거액의 돈이 미리 인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전 정보유출 및 감독소홀, 뇌물수수, 사건은폐의혹 등 온갖 비리에 연루됐거나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에따라 금감원 비리관련 임직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함께 과감한 인적쇄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임직원과 친인척, VIP 고객들의 돈을 미리 인출해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 예금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임직원과 친인척, VIP 고객들의 돈을 미리 인출해준 것과 여기에 전현직 금융감독원 직원이 개입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관련 은행 예금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예금자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저축은행 사전 부당인출 사건이 부산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영업정지를 당한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해당 예금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지난 2월 영업정지된 부산,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대전, 보해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날 영업 마감 이후 1천56억원의 예금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나머지 저축은행에서도 부당인출 정황이 나타나고 있어 불법 인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치권과 금융계는 금감원이 이러한 내막을 영업정지 후 2개월이 넘도록 몰랐다는 점과 상당수 금감원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는 저축은행 감사제도의 허점을 꼬집고 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5개사 가운데 3곳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외 시간에 고객의 예금 인출 요청 없이 직원에 의한 무단 인출을 금지토록 하라'는 공문만 보냈을 뿐 비리행각에 대해서는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며칠 전에 현장에 감독관 3명을 파견했지만 정작 저축은행 직원들이 예금을 빼내가는 덴 속수무책이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도덕적 해이가 이번 저축은행 비리사태를 자초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7개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지난 23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관련,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 최모 씨가 비리혐의로 구속했으며 지난 25일에는 광주지검이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국 부국장 정모 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6일 금융위와 금감원을 방문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부당 인출된 예금에 대한 '전액 환수' 등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성명서 등을 통해 정무위 차원에서 조사단을 구성해 사전정보에 의한 인출이 확인된다면 환수 및 정보제공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자 금감원은 CCTV를 확보하고 추가로 부당 예금인출 현황파악에 나서는 등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결과 금융실명제 위반 등 불법‧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임직원 제재와 검찰 수사의뢰 등을 통해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26일 정부 보고에서 "금융감독원에서 저축은행 불법행위 관련자와 관련 계좌를 이미 지난 3월 검찰에 통보했다"며 "마감시간 이후 인출과 관련 불법 여부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 위법사례를 밝혀 임직원을 철저히 문책하는 동시에 추가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저축은행 부당인출 사건에 대해 정밀조사에 나섰지만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김 위원장이 밝힌 대로 저축은행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난 3월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쉬쉬했고 청문회에서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계기로 관련 임직원에 대한 문책과 처벌 등 진정성 있는 '속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특히 금감원 출신들이 각 금융권 감사자리에 올라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관행을 척결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는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