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감독 책임자 여전히 막강 파워

2011-05-03     임민희 기자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와 관련, 원인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국회 청문회가 열린데 이어 최근 저축은행 모럴해저드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데도 정작 정책실패와 감독소홀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일부 전․현직 금융당국자들은 변함없이 '자리보전'을 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참여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금융당국 수장직을 맡아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현 정부 초기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저축은행 부실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국가기관이나 금융권에서 보직을 맡고 있지 않은 전직 금융당국 수장들 역시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책임을 통감하거나 유감을 표명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지난달 21일과 22일 열린 저축은행 청문회에는 이헌재․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전․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바 있다.

이날 국회 정무위 소속의 여․야 의원들은 전․현 정부의 저축은행 정책 평가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의 비리 등을 놓고 증인들을 집중 추궁했었다.

그러나 이날 추궁을 받은 사람중 일부는 여전히 중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윤증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맡았고 현 정부에서도 금융정책을 총괄해왔다는 점에서 '저축은행 부실사태' 책임자 중 한사람으로 지목돼 의원들의 추궁을 받았으나 현정부 경제부처 수장인 기획재정부장관자리에서 장수(?)를 누리고 있다.

물론 윤 장관은 4․27 재보궐 선거 이후 청와대가 경제부처를 비롯, 4~5개 정부부처에 대한 개각을 준비하고 있어 조만간 교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기에 접어들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단행하는 인사일 뿐 윤 장관이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형태는 아니다.

전광우 이사장 역시 국회 청문회에서 현 정부 초기인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을 허용, 저축은행의 잠재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전 이사장은 당시 총 8건의 M&A가 이뤄줬는데 그중 현대스위스 등 6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 자체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해당은행의 경영부실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관련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과 검찰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실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전․현직 금융당국자들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면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형국이다.

뿐만아니라 일부 전직 고위 금융감독당국자 중에는 조만간 유명 법무법인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금융계 일각에서는 부실감독 등의 문제가 있는 금융당국 수장들은 퇴직 후 타기관 보직 이동시 엄격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부실감독책임등의 의혹이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차후 장관임명등을 할 때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또는 영리사기업체의 공동이익 등을 위해 설립된 법인·단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퇴직공직자가 이를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특히,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회사 감사나 유명 법무법인 등에 취직해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전.현직 금융당국자 책임소재와 관련,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에서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이성남 의원실 관계자는 "대주주 책임과 감독당국의 문제, 넓게 보면 예금자들도 안이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이번 저축은행 부실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고 앞으로는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이번 청문회의 취지였다"며 "현직이라면 모를까 전직 정책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윤증현 장관 등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정책책임을 물었지만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 자리에서 해임요구안을 의결한 부분도 없기 때문에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자의 취업제한 문제에 대해서도 "공직자윤리법 재취업 조항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상위법인 헌법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일부에서는 그것조차도 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