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망치는 '몽니' 김치 냉장고 많다"

[포토]보상 규정 모호해 소비자 덤터기..피해 입증도 소비자 몫

2011-05-11     안유리나 기자

내로라하는 유명브랜드 김치냉장고의 품질 및 피해 보상 처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김치냉장고의 이상으로 인해 애써 담근 김치를 내다 버려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원인을 찾지 못해 무작정 피해가 방치되고 있다. 더욱이 하자를 인정받아도 제품에 대한 교환이나 환불만 진행될 뿐 보관중이던 김치 변질 등 부수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은 외면 당하기 일쑤. 

"김치 냉장고 하자로 발생한 김치 피해에 대해 보상하라"는 소비자들의 주장에 대해 관련 업체들은 “김치의 경우 '확인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보상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제조물책임법에 의하면 제품불량으로 인한 부수적 피해는 무상 수리기간과 관계 없이 제조사 측이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장비용 등에 대한 실질적 피해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제조사와의 협의를 통해 보상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 "너무 많이 보관한 내 잘못이라더니.."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거주하는 김 모(여.41세)씨는 지난 2009년 10월 20일 백화점에서 삼성전자의 하우젠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100만원 가량의 가격에 구입했다.

김장 김치 50포기를 보관해 사용하던 김 씨는 두세 달 후부터 김치 윗부분이 누렇게 변하며 곰팡이가 생기는 걸 발견했지만 김치냉장고의 문제일꺼라 짐작도 못하고 아까운 김치를 모두 버렸다.

결국 AS를 신청한 김 씨에게 담당 직원은 "김칫통에 김치를 너무 많이 보관했기 때문이며 냉장고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만 전달하고 돌아갔다.
 
억울한 마음을 누르고 김치 세통을 보관통의 3분의 2 가량만 담아 보관했지만 한 달이 지나자 또 다시 김치가 누렇게 변하고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시 방문한 직원은 온도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적정온도가 유지되지 않는 김치냉장고를 잘못된 업체 측의 진단으로 계속 사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김 씨는 일주일 동안 매장 측 관계자와 실랑이 끝에 김치 냉장고 구입가격과 현재 있는 김치 3통(8만 8천원정도)를 환불 받기로 했다.
 
김 씨는 “김치 때문에 1년 3개월가량을 스트레스 받았고 아까운 김치를 버리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김치를 담그느라 고생한 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버린 김치를 환산하면 김치냉장고보다 더 비쌀 것” 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연히 문제가 있었던 제품이라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고, 김치에 대한 보상 문제도 확인 절차를 밟아서 보상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1년 전에 김치가 상해서 버린 부분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차상 보상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 "김치냉장고 문제 아냐...김치가 이상하네~" 

인천 중구 신흥동에 거주하고 있는 정 모(여.40세)씨는 2010년 11월 초 10년을 넘게 쓴 김치 냉장고를 과감히 버리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위니아 딤채 스탠드 김치 냉장고를 180만원 가량에 구입했다.

12월 초 언니네 집에서 한꺼번에 담근 김치를 가져와 새로 산 김치 냉장고에 보관한 정 씨는 아삭거리는 김치를 맛볼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한 달 후 손님이 와서 개봉한 김치는 모두 상해서 먹을수가 없게 되었다고.

황당한 정 씨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AS를 신청했고, 직접 방문한 AS직원은 "제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김치가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가 "김치에 이상이 있다면 똑같이 나눠 간 다른 집도 김치가 상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뭐냐"고 반문하자 직원은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다른 직원에게 AS요청했지만 "제품에는 이상이 없지만 불량 제품인지 테스트 기계를 설치해서 알아보겠다"며 소음이 강한 테스트 기계를 설치하고 한 달간 연락이 두절됐다.

정 씨는 "문제 없는 제품을 두고 마치 보상이나 받으려는 사람처럼 취급하는가 하면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AS로 소비자를 두번 죽인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위니아 관계자는 “테스트 결과까지는 보통 한 달이 넘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와 직접 통화해 환불 조치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김치가 상한 원인에 대해서는 원인 파악 중이라며 정확한 답을 피했다. 
 

◆ 온도 '약'으로 설정해도 김치 돌덩이처럼 꽁꽁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에 사는 김 모(여.43세)씨는 저녁 준비를 위해 김치 냉장고를 열었다가 기겁했다. 한 가득 담아둔 김치가 통째로 얼어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

배추 등 비싼 재료들을 구입 해 정성드려 며칠에 거쳐 담갔던 김치가 하루아침에 돌덩이처럼 변해 버린 모습에 김 씨는 할 말을 잃었다.

문제를 일으킨 김치 냉장고는 대우일렉트로닉스 클라쎄(FR-N21HXBR). 해당 김치 통이 있던 칸은 특히 온도를 ‘약’으로 조정해 놓고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김치를 보관해 왔던 터라 얼음덩이가 된 김치 상태를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김 씨는 곧바로 AS를 요청했고 담당기사는 "온도 조절을 담당하는 보드에 이상이 생겼다"며 교체를 안내했다. 냉장고도 냉장고지만 1년 치 김장김치가 모두 엉망인 된 게 억울했던 김 씨는 수리 기사에게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음식물에 대해 보상해 주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차가운 답변이 돌아왔다고.

김 씨는 “맛있는 김치를 먹기 위해 산 냉장고 때문에 김치가 오히려 망가지다니 기가 찬다”며 “음식물 배상은 규정에 없다고 피해가는 것도 모자라 수리비까지 챙기려는 업체의 태도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 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AS무상기간에 제품 고장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일정 부분 보상가능한 내부 규정이 있지만 제품 구입 후 1년이 지나면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유리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