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던' 워크아웃 건설사가 '부러워진' 까닭은?

2011-05-04     류세나 기자

유동성 악화로 대수술을 받게 될 '4차 구조조정 건설사' 명단이 내달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 사이에서 '차라리 1~3차 때 구조조정에 돌입한 업체가 부럽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서도 이른 바 '버티기'를 하고 있던 건설사들의 경우 그간 부실이 누적된 데다가, 과거보다 건설·부동산 경기도 악화된 탓에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경우 경영정상화 조기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기업신용평가에서는 진흥기업, LIG건설 등의 사례를 본보기 삼아 '대기업 계열사'라는 후광도 별다른 이점을 얻지 못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아 있는 건설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분류됐던 건설사들 중에는 워크아웃 졸업이 점쳐지고 있거나 이미 조기졸업한 업체도 있어 최근 건설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옛말이 심심찮게 회자 되고 있다.


◆ 워크아웃 건설사, 경기악화 불구 조기졸업 기대감 'UP'


1~3차 기업신용평가를 통해 적게는 1년, 길게는 1년 반동안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20여곳의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재기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2차 건설사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우림건설, 이수건설, 경남기업 등은 꾸준한 수주행진을 이어가며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08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국회의원 김영선 주최, 대한건설협회 주관으로 열린 '건설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우림건설 박준홍 상무(왼쪽)가 건설업계의 금융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우림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림건설은 지난해 4천7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워크아웃에 돌입한 2009년보다 약 3.6% 감소한 규모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203억원으로 전년대비 7.8% 늘어났다.


특히 워크아웃 대상 선정 당시 1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에서 구조조정 1년 만에 9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775.0%에서 701.2%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건설은 지난해 2천482억원의 매출과 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3.4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82.59% 증가한 수치다.


또 유동비율은 104.6%에서 131.5%로 늘어나고, 부채비율 역시 183.3%에서 117.7%로 감소하는 등 정상궤도 진입을 위한 재무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6.6%에서 23.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꿀밤' 피하려다가 '강펀치' 맞게 될 판


이처럼 1,2차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리자 지난해 6월 3차 워크아웃 기업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입장이다.


3차 구조조정 대상인 A건설 관계자는 "1차 구조조정 당시에는 워크아웃을 피했다는 안도감에 기뻤었다"며 "그런데 1차 업체들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보면 오히려 1차 때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됐으면 이미 워크아웃을 마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견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1차,3차 구조조정의 1년 반이라는 시차동안 우리 회사는 버티기를 하다가 부실이 커졌는데, 그 기간 동안 1차 건설사들은 오히려 부실을 털어 내게 됐다"며 "또 당시보다 시장 상황도 악화돼 상대적으로 경영정상화 속도도 느려지게 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얘기도 4차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될 건설사에 비해서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한 부실 털어내기 작업이 여간 쉽지 않을 것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세차례의 기업신용평가에서 모기업의 자금지원을 전제로 정상등급인 B등급을 받았던 한솔건설, 진흥기업, LIG건설이 법정관리, 워크아웃 위기로 내몰리면서 이번 평가는 종전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계열건설사의 경우에는 건설사에 대한 그룹의 지원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그 결과가 뒤집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업계사이에서는 최근 STX그룹, 웅진그룹 등이 각각 STX건설, 극동건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것도 이번 기업신용평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시중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들은 각 기업들에 대한 세부평가를 마친 뒤 내달 중으로 A(정상), B(일시적 유동성 부족), C(워크아웃), D(법정관리)로 등급을 나눈다는 방침이다. 기존 구조조정과 마찬가지 형태로 C,D등급을 받은 업체는 채권단과 협약을 맺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