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항문이 들어갔다 나왔다, 치핵 수술해야 하나?
“컨디션이 좋으면 들어가고 나쁘면 다시 나옵니다.”
30대 직장인 A씨가 말하는 것은 항문 얘기를 하는 것이다. 치핵의 특징인 항문 돌출 현상이 들쑥날쑥 해서 수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자 내원했던 것.
사실 A씨가 겪고 있는 현상은 치핵이 들락날락하는 것이 아니라 항문이 부었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치핵이 붓는 이유는 치핵 덩어리 안에서 혈관에 피가 엉겨 생기는 혈전 때문이다. 주로 과로나 과음, 심한 변비 등이 원인이 된다.
A씨처럼 혈전성 치핵이 반복될 때 수술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기준은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2-3개월에 일주일 이상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생활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게 좋다.
치핵 증상 중에는 치핵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탈항 증상이 가장 흔하지만 변을 볼 때 피가 비치는 출혈 증상도 많이 나타난다. 특히 출혈은 증상만으로도 겁을 내는 사람이 많은데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수술 시기를 결정해보도록 한다.
우선 출혈이 심해 어지럽고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하다면 이미 빈혈이 생겼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주사기로 쏘듯이 출혈이 될 때도 빈혈이 생길 위험이 높고 속옷에 피가 묻을 때는 치질이 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용변을 본 후 치핵 덩어리가 나왔을 때 저절로 들어가지 않고 손으로 밀어 넣거나 시간이 지나야 들어갈 때, 무거운 것을 들 때처럼 일상적인 활동 중에도 저절로 탈항이 될 때, 항문이 자주 붓고 아플 때, 밖으로 늘어진 외치핵 때문에 변이 잘 닦이지 않을 때는 생활에도 불편을 끼치므로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해보도록 한다.
반면 이런 정도의 증상이 아니더라도 사람에 따라 초기증상에도 민감한 사람이 있다. 이들은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 크게 불편을 느낀다. 그렇다고 증상이 악화될 때까지 수술시기를 미룰 필요는 없다. 조기에 수술을 받으면 성가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A씨는 치핵 확정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급히 수술해야 할 정도의 증상은 아니었지만 항문의 불쾌감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수술을 감행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단, 치핵 수술을 결정할 때 기억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증상이 치핵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질환에 의한 것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자칫 다른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치핵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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