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롯데 매각설..전인장-김정수 부부 어떤 결단?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사진 왼쪽)이 부친인 전중윤 명예회장(사진 오른쪽)의 피와 땀이 밴 회사를 매각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식품업계는 롯데의 삼양식품 인수설로 출렁였다. 롯데 관계자들이 삼양식품 공장을 탐방하고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자료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롯데가 삼양식품 경영권과 대주주인 삼양농수산및 특수관계인의 보유지분 55.6%를 인수, 라면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2천억~3천억원대의 인수·가격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양측의 '전면부인'으로 인수설은 일단 헤프닝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의 내외부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롯데 인수로 인한 득실을 따질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 시장점유율 정체 속 후발주자들 위협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삼양식품의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아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전 명예회장은 올해 92세로 장남 전 회장과 맏며느리 김정수씨의 뒤에서 경영고문을 맡고 있다. 전 회장의 부인 김정수씨는 삼양식품 사장이면서 계열사 삼양농수산의 최대주주다. '부부경영'의 모델케이스로 통한다.
그러나 한국 라면산업의 원조, 삼양식품의 시장내 위상은 초라하다. 시장점유율이 13% 안팎에 머물고 있다. '우지파동' '화의신청'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간 2조원대 시장의 1위 자리를 농심에게 뺏기고 이제는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으로부터 2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 69.3%, 삼양식품 13%, 오뚜기 10.5%, 한국야쿠르트 7.1% 등의 순이다.
게다가 롯데라는 유통공룡이 지난해 1월 라면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삼양식품은 더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롯데마트 PB제품인 롯데라면은 출시된지 1달 만에 판매순위로 삼양식품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공교롭게도 삼양식품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16억원, 85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또 삼양식품은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각각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과 '롯데라면'이라는 PB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롯데인수설을 뒷받침했다. '롯데라면'은 한국야쿠르트에서 생산했지만 매운맛, 해물맛 등으로 나뉘면서 일부 제품은 삼양식품이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의 파스퇴르유업 인수 당시 한국야쿠르트의 라면사업부 인수설도 함께 나돌았다. 한국야쿠르트는 롯데마트 훼미리마트 등의 PB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만큼 라면사업에 대한 롯데의 관심과 의지가 높다는 반증이다.
◇ 가격 못올려 실적 추락..마케팅비 경쟁사의 10분의1
삼양식품(2천720억원)과 농심(1조9천억원)의 매출규모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거의 6배 차이가 난다. 순이익은 삼양식품이 85억원, 농심이 1천243억원으로 15배 차이난다.
그러다 보니 판촉을 위한 마케팅비용도 차원이 다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농심의 광고선전비는 647.2억원. 삼양식품은 59.8억원이었다. 이것도 삼양식품이 2009년 걸그룹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2008년(33.2억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매출액 1조원이 넘는 오뚜기,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라면사업 비중이 10% 안팎이지만 카레, 발효유 등을 합쳐 광고선전비는 370억~500억원대에 달한다. 기업 홍보효과와 신제품라면 광고로 인해 자연스럽게 면류매출을 올리는 형태다.
지난해 삼양라면의 실적이 뒷걸음친데는 가격인하도 한몫했다.
지난해 1월 말 삼양식품은 주요제품 5품목의 가격을 평균 6.7% 내렸다. 밀가루 가격이 인하되자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기조에 동참한 것. 농심 역시 이로부터 5일 뒤 신라면 안성탕면 등의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다 같이 가격을 내렸지만 삼양식품은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다보니 가격인하로 인한 부담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 전인장-김정수 "No" 외치지만…전중윤 의중은?
롯데그룹의 삼양식품 인수설은 완전히 물 건너간 얘기일까.
전인장-김정수 CEO부부는 원가상승으로 인한 가격인상 압박이 적시에 해소되지 않자 라면시장의 정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라면외에 초콜릿 '스니커즈' 빙그레의 스낵 '꽃게랑' 등의 판매 대행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김사장은 대관령목장 관광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강원도에 소재한 대관령목장은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삼양식품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인 600만평의 대관령목장을 종합리조트로 개발할 계획이어서 '평창테마주'로도 이목을 끌고 있다.
김 사장은 채권단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지분 205만주(32.8%)를 사들인 뒤 이 가운데 136만주(21.75%)를 ‘백기사’인 현대산업개발에 우호지분으로 매각, 경영권을 확고히 하면서 시아버지의 총애를 받았다.
병중에도 삼양식품 경영권을 놓지 않았던 전 명예회장이 김 사장을 믿고 전 회장에게 회사를 맡겼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삼양식품의 대주주인 삼양농수산의 지분 42.2%를 보유하고 있다.전 회장(21%)보다 21.2% 더 많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 명예회장이 며느리에대한 신뢰가 높아 의견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아들인 전 회장과 김 사장의 의중에 따라 인수설이 그냥 헤프닝이 아닐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대관령목장의 가치가 얼마인데 고작 2천억원에 팔겠냐"며 "만약 롯데가 삼양식품의 새 주인이 된다면 대관령 개발이 훨씬 힘을 받고, 삼양농수산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은 현대산업개발(21.06%)의 영향력도 막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