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로펌간 유착 차단책도 시급
2011-05-12 임민희 기자
정부는 지난 9일 민․관 합동으로 '금융감독 혁신 테스크포스(T/F)'를 출범, 오는 6월까지 금융당국의 부조리한 업무 관행을 혁신하고 감독 및 검사 선진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지만 금융계에서는 '실효성' 측면에서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간의 부적절한 유착과 비리행위 근절을 위해 금융감독원 출신들의 금융사 감사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정작 전․현직 금융감독원 고위층의 회전문 인사와 전관예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유명 법무법인(로펌) 취업 행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TF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고유영역이었던 '금융회사 검사/감독권'을 타 기관에 배분하는 문제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 고위직의 금융회사 감사 취업 제한 방안 등을 중점 논의할 전망이다.
이중 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낙하산 인사 관행을 철폐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유명 로펌 취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유명 법률회사에 있다가 금감원 고위간부로 발탁되는가 하면 금융감독원에서 임기를 마친 뒤에는 다시 옛 직장인 법률회사로 돌아가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금융당국 수장 중 상당수는 유명 법률회사에 근무한 경험을 지니고 있고 금융감독원 고위간부중 상당수는 아무 제재없이 법률회사로 직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을 총괄했던 금감원 고위 임원들이 퇴직 후 유명 법률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다반사다.
대표 인사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부총리를 들 수 있다. 윤 장관은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거쳐 김앤장 고문을 맡은 바 있다.
이 전 부총리 역시 금감원장 겸 금융감독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서 물러난 후에는 김앤장 비상임고문을 맡았다.
금감원 부원장 출신 중에는 김대평 전 금융감독원 은행ㆍ비은행담당 부원장, 전홍렬 전 시장회계․증권담당 부원장, 유관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 증권규제 담당 이영호 전 부원장보 등이 현재 김앤장에 몸담고 있다.
국장급도 예외는 아니다. 전광수 전 금감원 소비자서비스국장, 장범진 전 금융투자서비스 총괄팀장이 지난해 김앤장으로 이직했다.
최근에는 도이치증권의 '11·11옵션 쇼크' 사건을 담당했던 금감원 모 국장이 도이치증권 변호를 맡은 법률회사로 자리를 옮기려다 논란이 일자 포기한 일도 있었다.
김종창 전 금감원장의 경우 금감원 부원장과 중소기업은행장,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거쳐 법무법인 광장 고문(2006∼2008년)을 지내다 금감원장에 발탁됐다.
물론, 이들이 법무법인에서 순수하게 금융관련 법적․제도적 자문위원 역할만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로비의 창구'로 활용하는 사례가 생긴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문제는 그간 일부 우려스런 일들이 여러차례 감지됐다는 점이다. 일례로 선물환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와 관련, 판매 은행들과 피해기업간의 '법적분쟁'이 불거지자 은행권이 관련단체와 법무법인 등을 앞세워 금감원에 키코사태 처리를 연기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었다.
지난해 '신한금융 경영진 내분사태'로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재점화 되면서 금융당국이 신한그룹 종합검사 당시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신한지주측은 지난해 실명제 조사 착수당시 유명 법률회사를 선임해 대처에 나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국장은 "금융위 등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와 금감원 출신들의 유명 법률회사로의 이직은 일종의 '경력세탁'을 위한 방편"이라며 "이들이 로펌에 들어가면 바로 해당 금융사를 대리하게 만들거나 법률회사를 거쳐 사외이사로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 사무국장은 "중․하위직 공무원들한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지만 부패의 핵심은 결정권을 쥔 고위직"이라며 "윤증현 장관 등은 유명 법률회사를 거쳐 영전이 되는 사례가 많은데 법률회사 자체의 영업을 규제하거나 그동안 맡았던 사건의 불법성 여부를 따져 책임을 묻지 않는 한 이러한 회전문 인사 관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금융 감독 혁신 TF' 운영에도 회의적 시각을 나타내며 "가급적 국회나 이견을 갖고 있는 여러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관료집단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시장만능의 이데올로기를 탈피하고 금융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튼 이번 금감원 개혁때 감독기관과 금감원 출신이 진출해 있는 법률회사간 유착여부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