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화재용 국민방독면 무용지물, 왜?
출처불명의 폭발물이 잇따라 지하철 보관함에서 발견되면서 화재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정작 화재가 발생해도 국민방독면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하철 1~8호선 역사에 비치된 국민방독면은 화재용·화생방 겸용으로 정화통 2개가 들어있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화재용 정화통의 유효기간(5년)이 만료되면서, 이달부터는 화생방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화생방용 정화통의 유효기간은 10년까지다.
16일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올해 초 국민방독면의 화생방용 정화통을 검사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이 없었다며, 유효기간이 지난 화재용 정화통만 제거해 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생방용 정화통은 매년 검사 후 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
이로써 폐기 및 정비되는 국민방독면은 서울도시철도공사 1만8천여개, 서울메트로 1만3천여개로 총 3만개가 넘는다. 지하철 역사에 따라 100~300개가 비치돼 있지만, 정작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용 방독면이 없어 손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막고 신속하게 대피하라는 것.
일부 지하철 역사는 소방용품 보관함에 '화생방용 방독면'이라는 문구를 넣거나 사용법을 추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방독면에 대해 '화재 발생시 사용금지'라고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사고 발생시 혼돈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7월 개통된 9호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하철 역사에 보급된 국민방독면은 화재용 정화통이 조립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고 유효기간이 10년까지인 화생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1만3천여개가 폐기 또는 정비됨에 따라 올해 안으로 화재용 방독면 2만개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도 "역사에 따라 100~300개씩 국민방독면이 비치돼 있으며 1만8천여개의 화재용 정화통이 전량 폐기됐다"며 "현재로서는 지하철에 화재가 발생해 방독면을 사용하더라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조만간 추가 구매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4일 서울지하철의 다른 역사내 승객구호 장비함에 화생방용 국민방독면 안내표시가 있는 모습.
▲지난 5월12일 서울지하철의 또 다른역에 비치된 국민방독면은 '화재시 사용금지'란 표시 없이 화생방용 사용법만 부착됨.
한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지난 12일 부탄가스와 전선으로 만들어진 '사제폭탄'이 터져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13일에는 서울 양재역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건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 특공대가 출동했다. 이같은 폭발물 사고가 늘면서 화재용 방독면이 없는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안도 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