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개인정보 차곡차곡 쌓아두는 이유는?

과거 거래자 주민번호 계좌번호 보관했다 돈 멋대로 인출.. "단순 실수" 발뺌

2011-05-17     김솔미 기자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는 업체로 인해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잇달아 발생했다.

구입하지도 않은 제품 값이나 서비스에 대한 요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기본, 멤버십 카드에 담겨있는 적립금을 타인이 써 버리는 어이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경우 업체 측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했던 소비자의 정보를 동명이인의 것으로 착각한 실수였다고 발뺌한 뒤, 피해액에 대해 환급 조치하는 것으로 잘못을 덮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업체들이 예전 거래했던 소비자들의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다가 언제든 돈을 빼내갈 수있다는 의미여서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거래업체가 돈 멋대로 빼가...자동인출 주의보

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사는 김 모(.30)씨는 며칠 전 자신의 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해보고는 깜짝 놀랐다. 풀무원녹즙에서 15200원을 인출해갔던 것.

5~6년 전 풀무원녹즙의 한 가맹점을 통해 몇 달 동안 정기적으로 녹즙을 배송 받았던 김 씨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업체 측으로 항의했지만 예전 기록이 남아 있어 동명이인과 헷갈린 것는 황당한 답변이 전부였다.

전액 환급은 받을 수 있었지만 김 씨는 이미 오래 전에 거래했었는데 수년이 지난 지금껏 내 개인정보가 남아 있다니 당황스럽다거래 내역을 확인해 보지 않았다면 이 같은 사실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업체 측이 소비자의 정보를 갖고 있는 이상, 거래 종료 후에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통장에서 돈을 빼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김 씨의 지적.

이에 대해 풀무원녹즙 관계자는 김 씨와 이름도 같고, 사는 곳도 비슷한 동명이인을 김 씨로 착각해 계좌이체시켰던 것이라며 해당 가맹점에서 충분히 사과하고, 잘못 인출해간 금액도 곧바로 환급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녹즙을 예전에 이용한 뒤, 다시 주문하는 소비자가 많아 업체와 소비자 간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과거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동명이인이었다며~ 환불해줘!”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안 모(.32)씨는 몇 달 전부터 사용 중인 스카이라이프 요금이 많이 청구되는 것을 알고 이상하게 여겼다.

고지서를 살펴보던 안 씨는 깜짝 놀랐다. 요금이 많이 나온 시점부터 더 많은 채널이 제공되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돼 있었던 것.

평소 TV를 잘 보지도 않던 안 씨는 고객센터로 문의했지만 동명이인이 신청한 것이 잘못 접수된 것 같다는 상담원의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기가 막힌 안 씨는 곧장 환불을 요청했지만 다음 달에도 청구되는 요금은 마찬가지였다.

안 씨는 개인정보 확인을 얼마나 허술하게 했으면 동명이인이 신청한 서비스 요금이 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냐고지서를 확인해보지 않았다면 이 같은 사실을 새카맣게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접수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정정 처리를 완료했다"고 답했다.

화장품숍 적립금 동명이인 사용 주의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김 모(.35)씨는 며칠 전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며 본지에 제보했다.

김 씨가 갖고 있던 아리따움 매장 멤버십카드인 뷰티포인트적립금 4만점이 서울의 한 지점에서 사용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

당시 집에 있었던 김 씨는 아리따움 고객센터로 문의했지만 "확인 후 적립금을 반환해 줄 것"이라는 설명밖에 들을 수 없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해진 김 씨는 고객센터 측에 사건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김 씨는 혹시라도 내 정보가 유출됐다면 2차 피해, 3차 피해까지 입을 수 있는 상황인데, 업체 측에서는 적립금 반환 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동명이인인 다른 소비자를 김 씨로 착각한 매장 직원의 단순실수일 뿐, 개인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뷰티포인트 카드의 적립금 사용 시 카드 확인을 하거나 고객 성함과 휴대폰번호 뒷자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이번 건의 경우 매장 직원의 실수로 본인확인 절차를 누락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적립금 사용 시에 고객이 직접 키패드에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