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산천'에 품질경영 발목잡힌 정몽구 회장 '뿔났다'
현대로템이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철학의 발목을 잡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현대로템이 2천500억원을 투입해 부품 국산화율을 87%로 끌어올린 한국형 고속철 'KTX-산천'이 잦은 고장으로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 이 열차는 시속 30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는 세계 4번째 고속철이다.
KTX-산천은 지난 14일 오후 3시13분 경북 칠곡 인근에서 주행 중 갑자기 멈춰서는 등 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40번이 넘는 고장을 일으켰다.
이에 네티즌들은 KTX-산천을 'KTX-황천'이라며 비꼬고 있다.
자동차 리콜이 발생하면 공장장을 바꿔버릴 정도로 품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정 회장으로서는 단단히 뿔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1분기 매출(약 24조원)의 1/8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작은 회사' 현대로템이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올해 매출 목표는 2조9천억원이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매출 비중에 상관없이 정 회장의 의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가의 대를 잇고 있는 숙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현대로템은 지난 1977년 철도차량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현대차량으로 설립됐다.
2001년 별세 당시 정주영 회장은 "우리가 만든 열차로 서울에서 출발해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를 건너 모스크바로 가고 싶다"는 꿈을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현대로템에대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관심도 남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량과 같은 해 설립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의 초대 사장을 역임했으며 1985년 현대차량을 흡수합병 했다. 이 때 열차 개발 사업을 직접 챙겼으며, 지금도 간간히 창원 공장에 전화를 걸어 개발 상황에 관심을 가질 정도라고 한다.
작년 9월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캘리포니아 고속철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도 정 회장이 직접 나서 면담하는 등 극진한 대접에 나섰다.
현대로템의 대표는 이민호 사장이다. 입사부터 현장에서 품질관리를 줄곧 담당했던 정 회장의 품질경영 첨병이다.
이 사장은 1953년생으로 서울대 자동차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에 입사, 현장에서 생산 및 품질관리 분야를 담당해 왔다. 현대차 앨리바마 법인에서는 생산관리 상무와 부품품질사업부 전무 등을 역임했으며 2006년부터 현대차의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 기업인 캐피코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뒤 작년 1월 현대로템 사장직에 올랐다.
현재 현대로템은 KTX-산천의 결함원인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운전이 부족했다는 의견과 함께 무리하게 차량을 납품해 고장을 불렀다는 주장이 분분히 제기되고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로 끔찍한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속철은 차체만 10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되기에 개별 부품이 완벽하더라도 조립되면서 부품 간 간섭이 발생할 수 있어 어느정도 초기 결함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얼마나 빨리 잡아내 안정화 시키는가가 기술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 떼제베(TGV)의 경우 최초 운행 1년간 190건, KTX는 150건의 결함이 발생했다. KTX-산천은 40건에 불과하다는 해명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