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속도조절, 인상시기는 언제?

2011-05-17     임민희 기자
최근 한국은행(총재 김중수)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2개월 연속 동결한 이후 금융권에선 허를 찔렸다는 반응과 함께 새로운 금융시장 대책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4개월 연속 4%대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 물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동결'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중수 총재는 금리동결 이유로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와 일본 대지진의 영향 등 국제 불안요인을 꼽았으나 '격월 금리인상'이라는 시장의 기대심리를 깨기 위한 조치라는 게 다수 금융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박사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시장이 어수선한데 굳이 금리까지 올려서 시장에 충격(불안요인 가속화)을 주고 싶지 않았던 요인이 컸던 것 같다"며 "물론 한은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높다는 점에서 금리 정상화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두 달 간격으로 금리를 올린다고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쏠림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실 한은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3월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하면서 '2개월 간격'의 베이비 스텝(baby step) 방식의 금리정상화 정책을 펴왔다.

특히, 지난 3월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연3%로 상향조정했지만 인상효과는 극히 미미했다. 이미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은 데다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견해 미리 시중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은이 물가정책을 고려해 금리인상을 주도해야 하지만 오히려 시장에 이끌려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한은이 경기상승으로 인한 수요 압력, 국제유가의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증대 등으로 4개월 연속 4%라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지만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기 위해 '반전'을 택했다는 평가가 많다.

임 박사는 금리조정 시기 및 인상폭과 관련, "금리수준이 연 3%로 완화적인 수준이니까 기조적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다만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듯하다"며 "인상폭은 베이비 스텝을 택하고 있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0.25%P씩 올리는 것이 불가피할 것 같고 인상시기를 너무 미루는 것은 불확실성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번씩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물가상승폭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4%를 넘는 수준이고 유가나 공급주 요인을 뺀 수치인 근원인플레이션(핵심물가지수)도 전년동기대비 3%대로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내수 압력 등을 감안해 금리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 박사는 기준금리 인상시 가계부채 부담과 환율하락 등의 부작용 우려에 대해 "김중수 총재가 지적했듯이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을 고소득층이 차지하고 있어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자지급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6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이 예전만큼 신흥 시장국으로 과도하게 유입되는 상황은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한편,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은행권의 예금금리나 대출금리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양도성예금증서(CD)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요인에 따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6일 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4월 기준 코픽스는 잔액기준 3.84%, 신규취급액기준 3.67%로 3월대비 각각 0.06%, 0.01% 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 등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는 점에서 은행이 가산금리까지 높일 경우 실제 대출금리는 코픽스 인상률(0.01~0.06%포인트)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16일 현재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13일(금요일) 보다 4원 40전 오른 1,091원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매수가 몰리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