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재매각안, "산은+우리銀" 쉬워져
2011-05-18 임민희 기자
또 이처럼 일괄매각방식을 적용할 경우 인수에 참여할 만한 곳은 산은금융지주 등 일부에 그칠 전망이어서 향후 인수전의 향배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 산하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가 지난 17일 발표한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을 보면 지주사 일괄매각, 최소입찰규모 변경 등 자체 민영화를 추진해 왔던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보다는 후발주자인 산은금융지주(회장 강만수)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하지만 산은지주가 인수에 나설경우 정부가 내세웠던 우리금융 민영화 원칙에 상당부분 역행할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에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도 관심거리다.
우리금융 민영화 후폭풍, 산은지주 '인수특혜' 논란 가열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 발전이란 3가지 원칙과 공개경쟁입찰, 2단계 입찰방식(예비입찰, 최종입찰), 인수 또는 합병 허용 등 기본뼈대는 지난해 추진했던 내용과 동일하다.
다만 달라진 점은 지난해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우리지주 자회사에 대해 분할매각방식을 병행했던 것에서 지주사 전체를 일괄매각하기로 방침을 바꿨다는 사실이다. 또 우리금융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입찰 규모를 기존 ‘4%’에서 ‘30% 이상 지분인수 또는 합병’으로 입찰참여자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논란이 됐던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 즉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소유할 경우 최소 지분 요건을 현 95%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은 '금융위 소관'이라는 이유로 이번 매각 안에는 빠져 있지만 현재 금융위 내부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주사 일괄매각, 최소입찰규모 변경, 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등이 진행되면서 우리지주의 자체 민영화는 어려워지고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용이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자위 측은 일괄매각시 경쟁확대를 통해 지주사 전체에 대한 프리미엄 획득이 가능하고 지난해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에서 경영권 인수 의사가 없는 소수지분 입찰자들이 다수 참여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에서 접수단계부터 최소입찰규모를 30%로 설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입찰 참여자들이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시행령 개정 역시 산은지주는 가장 유력한 우리금융 잠재적 인수자가 되는 반면 투자자를 모집해 컨소시엄을 구성, 지분 공동매입 방안을 추진해왔던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이 커 사실상 입찰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괄매각으로 메가뱅크, 대형IB 동시 추진?
일각에서는 산은지주와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껄끄러운 숙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두 금융지주사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라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산은지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특히, 우리금융 지주사 전체 일괄매각은 김석동 위원장이 과거 전 정부의 고위관료로 재직할 때 추진했던 사안으로 지난해 다른 공직자들의 손에 의해 수정했다가 김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을 맡으면서 다시 일괄매각으로 바뀌었다는 게 금융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리금융을 산은지주에 일괄매각하게 되면 향후 우리금융과 산은지주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 추진,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을 통한 대형IB 육성이 수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향후 우리금융 매각 추이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7일 우리금융 매각이 중단된 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러한 '연대' 움직임은 서서히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올 상반기 중에 우리금융 재매각을 시도하겠다"는 뜻과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등 대형증권사간 인수·합병(M&A)을 통한 '한국형 투자은행(IB)'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기능 재편작업에도 착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지난 3월 산은금융지주에 입성한 강만수 회장은 취임 후 우리금융과 산은지주를 합친 500조원 규모의 '메가뱅크 현실화' 방안을 적극 검토, 최근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키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노조 "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반대, 전면 대응"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 선포 후 산은지주와 우리금융 간의 주도권 경쟁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산은지주 측은 지난 16일 우리금융 인수계획과 관련, "'산은지주+우리금융' 추진으로 동시 민영화 효과가 있고 두 금융지주사 합병 후 정부보유 지분이 50~60%로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금융 측은 내부보고서를 통해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시 완전민영화까지 최소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합병 후 산은지주의 자기자본은 현 22조6천억원에서 39조5천억원으로 증가, 산은이 지분 10%를 상장하고 우리금융 소수지분에 따른 주가희석효과를 감안해도 정부지분은 65.7%(19조7천억원)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두 금융지주사는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안에 대해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대해 '대립' 또는 '개입' 등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공자위 발표 안에는 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향후 진행과정을 보고 입찰참여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입찰참여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며 직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 정부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노조를 비롯,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언론광고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독자적인 민영화를 준비하면서 충분히 실행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공자위가 이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매각 방안을 발표했고 산은금융 역시 노사간의 입장이나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과정 없이 우리금융 입찰 참여의사를 밝히는 등 우리금융 민영화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안은 공적자금 회수,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 등 민영화 원칙에 맞지 않고 메가뱅크나 시너지 효과 측면도 부정적 여론이 많다"며 "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간 인수합병을 사실상 100%로 금지시켰는데 금융위가 취지를 무시하고 대통령령으로 50%로 바꾸려는 부분에 대해 국회의원들을 만나 문제점을 알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상기 공자위 위원장은 17일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일축하는 한편 "한곳만 입찰에 참여할 경우 공자위 권한으로 수의계약 등을 통해 매각이 가능하지만 가급적 유효경쟁 성립이 안될 시에는 유찰 원칙을 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석동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산은지주가 인수자로 내정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난감하고 어이가 없다"며 "유효경쟁이 가능한 인수희망회사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일축했다.
공자위는 18일 우리금융 매각 공고를 내고 다음달 29일까지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접수할 계획이다. 이후 7월 하순까지 예비심사를 거쳐 8월 경 예비입찰서를 제출받아 매수희망자 실사를 진행한다. 9월 최종입찰, 10월 우선협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끝낼 방침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