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화장품 브랜드 소송 패소…"윤석금 회장 스타일 구겼네"

2011-05-19     류세나 기자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이 10여년만에 재도전한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가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윤석금 회장의 야심사업인 화장품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윤 회장은 지난 80년대 후반 일찌감치 코리아나화장품과의 합작으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으나 외환위기 당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분 전량을 매각, 아쉽게 손을 털었다가 지난해 야심차게 재도전에 나서 일취월장 뻗어 나가는 중이었다.


특히 이번 수난은 최근 웅진그룹이 공식협찬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극중 화장품 사업이 난관에 봉착한 시점과 묘하게 겹쳐 데자뷰 현상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웅진그룹의 화장품 사업에 어떤 후유증을 남길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브랜드 사용 금지될 경우 초기 사업 직격탄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한규현)는 LG생활건강이 웅진코웨이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웅진코웨이의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Re:NK)가 자사의 헤어케어브랜드 '리엔'(ReEn)과 유사, 리엔케이라는 브랜드 네임 사용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이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준 것.

1심 재판부는 "웅진코웨이는 리엔케이의 상표와 상표가 부착된 상품, 포장 등을 사용하거나 양도, 인도, 전시, 수출하면 안 된다"며 "웅진코웨이는 공장, 창고 등에 보관 중인 상품 및 광고물을 모두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웅진코웨이는 '리엔케이'는 물론 '리:엔케이'라는 상표를 사용한 화장품을 제조·판매·광고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웅진코웨이 측은 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또 만약 이번 판결이 대법원까지 확정되더라도 영문명 'Re:NK'로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화장품사업에 제동이 걸릴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리엔케이 브랜드 전체를 사용 못하는 걸로 오인될 수 있지만 아직 상급심의 판결이 남아 있는 상태다"라며 "더욱이 LG생활건강 측이 문제 삼은 것은 한글 표기인만큼 추후에는 영문표기만을 사용해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초기부터 신규업체 진입에 대한 견제를 예상했었고, 이번 소송 건은 겪어야할 통과절차로 생각한다"면서도  "LG생활과학이 시장선도기업인만큼 신규업체와 품질, 가격, 마케팅 등으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게 올바른 상도의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 윤석금 회장, 딜레마 어떻게 풀어나갈까?

그러나 이같은 웅진코웨이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패소로 윤석금 회장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심기일전해 화장품 사업 재도전에 나섰지만 예기치 못한 상표권 소송에 휘말리면서 '베테랑 기업인' 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게 그 배경이다.

실제로 웅진그룹의 화장품 사업은 이번이 '재수'다.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 창업멤버가 바로 바로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과 윤 회장이었던 것.

당시 유 회장은 화장품 사업 진출을 추진중이었으나 자금문제로 고민중이었고, 이에 윤 회장이 자금을 지원하면서 동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불어 닥친 외환위기로 웅진그룹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코리아나화장품 지분 전량을 매각하게 됐고, 웅진그룹은 이를 계기로 화장품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로부터 십여년이 지나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9월, 고현정을 전속모델로 기용하며 리엔케이를 출시했고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3개월 만에 목표치였던 100억원의 두배를 넘긴 23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또 올 1분기 매출액 역시 174억원을 달성, 웅진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 연매출 목표가 6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분기 성적은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업의 핵심인 '브랜드'가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업 준비기간 7년과 약 1년간의 실전 기간에 들인 노력이 공수표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게 됐다.

새로운 브랜드 네임을 설정할 경우, 기존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또 다시 막대한 판관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리엔케이가 출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판관비를 지출, 단기적인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브랜드로 출범할 경우 포트폴리오 구성도 훨씬 어렵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드라마 속 위기상황과 유사…"헉, 진짜 똑같네~"

이런 가운데 웅진그룹의 화장품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웅진그룹이 공식협찬을 하고 있는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연출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14일과 15일 방송분에는 극중 우경그룹 후계자인 김재원이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십년 만에 화장품 사업을 재출범, 사업초기부터 악성루머에 시달리는 내용이 연출됐다.

십년만에 화장품 사업을 재개했다는 점, 사업 시작부터 곤욕을 치르는 점 등이 현실세계의 웅진과 닮아 있다.

특히 극중에는 웅진그룹 리엔케이의 영문 로고와 제품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어 웅진그룹과 드라마의 묘한 데자뷰 현상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드라마 속 해피엔딩이 현실 속 웅진그룹에도 적용될 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