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정기출근 한 달..긴장감.역동성 감돌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옥으로 정기 출근한 지 20일로 한 달째를 맞는 가운데 이 회장이 회사에서 근무한 뒤로 삼성타운에는 긴장감과 역동성이 동시에 감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서초사옥이 생기고 나서 지난달 21일 사실상 처음 출근하면서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에게 "해외 출장 등의 일정이 없으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나오겠다"고 밝혔고 이를 꼬박꼬박 지킴으로써 '출근 경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 직원들에게는 그의 출근 자체가 사기를 높여주고 의사 결정이 빨라짐으로써 일을 추진하는데 활력을 주지만 경영진으로서는 언제 호출할지 모르는 만큼 사업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사업을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직원은 "이 회장이 회사에서 근무한 뒤로 마치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에서 나타났던 긴장감 제고와 사기 진작이라는 선순환 효과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이 회장의 리더십이자 존재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정기적으로 '회사 집무실'에서 근무하기로 한 데는 여러 사내외 변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삼성 계열사에 대한 국세청의 일제 세무조사,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 침해 제소, 호텔신라의 '한복 출입금지' 사태 등으로 뒤숭숭한 그룹의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출근 첫날에는 미래전략실 팀장들에게서 경영 전반의 현안을 들었고 이어 삼성전자 사장단, 전자 계열사 사장단, 금융 계열사 사장단 등을 차례로 불러 주요 사안과 미래 신수종 사업 준비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는 애플의 소송과 관련해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면서 "애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날 한국·일본·독일 법원에, 며칠 뒤 미국 법원에 애플을 맞제소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그동안 전문경영인인 계열사 사장단에 경영을 전적으로 맡겨왔지만 이들 회사가 삼성을 앞으로 먹여 살릴 신수종 사업을 본격화하는 터라 이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이들 사업을 위해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의 통 큰 결단과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5월 태양전지, 자동차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말 풍력, 태양전지, 바이오 연료 등 그린 에너지 사업을 위해 새만금 지역에 11.5㎢의 부지를 확보하고 2020년부터 7조6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태양전지 사업을 확대하고자 130㎿급인 생산라인을 260㎿급으로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