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와이파이 제한', 명분 버리고 실리 택했다

2011-05-23     김현준 기자

지난해 초 시작한 와이파이 개방 정책을 1년 4개월 만에 접기로 한 SK텔레콤의 속내에 통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이 말 바꾸기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개방정책을 포기한 SK텔레콤의 입장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는 것.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19일 'T와이파이존'을 자사 고객 전용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발표한 '무선인터넷 활성화 종합계획'을 통해 타사 가입자들도 간단한 인증절차만 거치면 'T와이파이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이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던 터라 당시 SK텔레콤의 이러한 배려는 많은 호응을 얻었고 가입자들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선심성 정책으로 늘어난 것은 가입자뿐만이 아니었다. 경쟁 통신사, 방통위에 대한 발언 영향력이 강해진 데다 기업이미지 또한 크게 상승했다.


당시 SK텔레콤의 와이파이존은 KT와 LG유플러스에 비해 매우 빈약했다. 당시 KT는 1만3천개의 와이파이존을 확보하고 있었고 LG유플러스 역시 LG데이콤 시절 인터넷 전화를 판매하면서 전국에 250만 개의 와이파이 접속장치(AP)를 보급해 놓고 있던 상황이었다. SK텔레콤의 와이파이존 개방정책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두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은 그동안 KT의 '올레와이파이'가 폐쇄적이라며 맹공격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전격적으로 '와이파이 제한' 결정을 내리면서 SK텔레콤은 궁색한 상황에 몰렸다. 상황논리에 따른 '말 바꾸기'로 밖에 비추지 않게 된 것.

그렇다면 기업이미지와 신뢰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SK텔레콤이 말 바꾸기에 나선 속내는 무엇일까?

우선 와이파이존을 타사 사용자에게 개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꾸준한 설비투자로 개방 당시 경쟁사보다 월등히 적었던 와이파이존을 현재 3만8천개까지 확보, 숫적으로 어느 정도 따라잡은 상태다.

때문에 더 이상 경쟁사와 와이파이존을 공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애초 와이파이존을 개방한 배경에 KT의 아이폰 도입을 방어한다는 목적도 컸었는데 이제 SK텔레콤에서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이런 부담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세가 최고조에 달함으로써 급격히 늘어난 망 부담도 이번의 결정을 하게 만든 큰 배경이다.

5월 초를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스마트폰 가입자는 550만명. 게다가 많은 데이터 사용량을 자랑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를 차례로 출시한 SK텔레콤으로서는 기업이미지보다 실리를 택해야 할 시점에 선 것이다. 이번 '와이파이존 제한' 조치가 '무제한데이터요금제' 폐지에 앞선 포석이라는 해석도 이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데이터 트래픽 증가율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와이파이존 제한', '데이터무제한요금제 폐지'는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는 미래"라며 "SK텔레콤 또한 지금까지 명분 쌓기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실리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