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발 메가뱅크..금융계 학계 냉담속 금융위도 선긋기 나서
2011-05-25 임민희 기자
국책금융기관인 산은지주와 우리지주의 합병은 민영화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구상 역시 '메가뱅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달래기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데 부담을 느낀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가 강만수 회장과 '선긋기'에 나선데다 학계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왼쪽부터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강만수 회장은 최근 산은 직원 6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금융 인수 추진과 관련 내부 설명회를 열고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듀얼뱅크' 체제로 가겠다"며 큰 폭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을 합병하지 않고 '1지주-2은행' 체제를 유지, '챔피언 뱅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이자리에서 "우리나라 금융계에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산은이 수신 기반을 갖추려면 우리금융 인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금융계는 명목상 '챔피언 뱅크'라고 지칭했을 뿐 결론적으로 '메가뱅크'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 유력후보로 급부상한 배경에 김석동 위원장의 물밑 지원 등 연계 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금융위 역시 당혹감을 토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만으로도 골치가 아픈 상황에서 강만수회장 주도의 우리금융 인수설까지 나와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우리금융 인수 추진은 강 회장이 하는 건데 김석동 위원장과 연계된 걸로 오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석동 위원장도 지난 23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민영화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공자위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우리금융 민영화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금융관련 학계에서도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학과 교수들이 모임을 갖고 산은지주와 우리지주 합병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나 대부분 교수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져졌다.
산은지주는 우리금융 인수로 500조원 규모의 '메가뱅크'를 만들면 세계 50~60위권 금융그룹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상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간사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30위권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게 금융학자들의 견해다.
금융학자들이 산은지주와 우리금융 합병이 국제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은지주가 내세운 우리금융 인수 명분이 설득력을 잃어가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역시 안개국면을 맞고 있다.
산은지주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는데다 숱한 논란에도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자로 최종 결정될 경우 '특혜 인수' 시비마저 일수도 있어 금융당국의 고뇌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힘이 부친데 메가벵크 문제까지 부각돼 금융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메가뱅크에 대한 여론수렴을 하고 있으나 부정적 여론이 많아 심사숙고해서 일을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