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문자 50건?' 된서리 맞은 방통위, 후속작 '끙끙'

2011-05-27     김현준 기자

야심차게 내놓은 통신비 인하 방안이 정치권-시민단체-소비자들로부터 된서리를 맞아 방통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월부터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까지 포함한 '통신비 인하 TF'를 구성, 두 달 동안 고민을 거듭해 나온 결과물이었던 터라 후속작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정치권-시민단체-소비자 비난 폭발

이번 주 내로 '통신비 인하안'을 발표하기로 했던 방통위는 기본료 추가 인하 등의 문제로 한나라당과 충돌, 발표날짜를 다음 주로 미뤘다. 통신요금 정책안을 위한 정책협의에서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장이 방통위의 대책안이 미흡하다며 거부, 협의가 무산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당초 마련됐던 통신비 인하 방안에는 ▲문자메시지 월 50건 무료제공 ▲소비자가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을 선택하는 모듈형 요금제 도입 ▲청소년·노인 가입비 50% 인하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MVNO) 활성화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단말기 매매가 가능한 블랙리스트제도 도입 등이 담겨 있었다.

방통위의 통신비 인하 방안 내용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통신요금 인하방안이 아니라 통신사 부담 인하 방안이라는 비난이 끓었다.

참여연대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기고 있는 이동통신요금 기본료 최소화, 문자메시지 요금 폐지, 과도하게 책정된 정액요금제 인하 등의 방안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유학, 군입대 등 이용정지 상태에 있는 가입자들에게 부과하는 '이동통신망 사용대가'가 3천5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1만2천원의 기본료가 이동통신망 유지를 위한 최소비용이라는 통신사들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통신비의 주요 당사자인 소비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비 인하안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온 이후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방통위의 우유부단함과 통신3사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글로 도배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ymcaman'은 "통신비, 가입비는 없애고 기본요금은 반값으로 할인해야 한다"며 "무료문자 50건은 소비자들을 거지 취급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비 문제의 핵심은 기본료

두 달이나 걸린 통신비 인하안이 발표되기도 전에 된서리를 맞은 것은 기본료인하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시민단체-소비자 측은 통신서비스 이용자 모두가 고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통신비 인하를 체감할 수 있는 기본료에 대한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통신3사의 표준요금제는 기본료 1만2천원이 바탕에 깔려있어 휴대폰을 아무리 적게 이용해도 통신비를 2만원 이하로 줄이기 힘들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내야만 하는 돈이라 통신사들의 폭리를 보장해주는 요금제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그러나 기본료 수익이 통신사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까닭에 통신사들의 저항도 거세다. 26일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채 KT 회장은 "국민이 미래를 위한 기술이 필요없다고 하며 당장 한두푼 깎는 것에만 매몰돼 요구한다면 KT는 포부도 접어야 하고 꿈도 깍아내려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5천만명의 가입자가 일괄적으로 1천원씩만 기본료를 적게 내도 통신사들은 1년에 6천억에 달하는 수익을 잃게 되기 때문.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통신3사의 기본료 수익은 8조7천억원에 육박, 전체 매출 22조9천억원의 38%에 이른다."며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미비한 반면, 자신들에게는 주는 타격은 메가톤급인 기본료 인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비 인하안' 후속작은 어떻게?

통신비 문제의 쟁점이 기본료 인하로 옮겨가며 방통위는 네트워크 투자여력 확보 및 최소한의 매출 보장을 주장하는 통신사와 가시적인 통신비 인하를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주영 정책위원장이 당정협의 취소 이유에 대해 "기본료 인하안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 분명히 밝힌 데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불만도 기본료에 집중돼 있어 어떻게든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논의가 계속되었음에도 통신3사의 거센 반발로 정작 기본료에는 손도 대지 못했던 터라 지금 와서 무리하게 요구하기도 녹녹치 않다.

기본료 인하에 대한 내용을 첨부할 경우 원안을 수정해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새로운 인하안을 첨가한 만큼 형평성을 위해 무료 문자 제공, 일부 이용자 가입비 인하 등의 원안 중 상당 부분을 철회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두 달간의 긴 협의 과정은 소비자와 통신사 양측 모두의 불만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현재 백지화된 상태나 마찬가지여서 이달 안에 새 조정안이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