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신고 포상에 제약사 집안 단속 초비상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를 적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적발된 리베이트 사건의 상당수가 퇴직 영업사원등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신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약사들이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이번 조사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리베이트 포상 신고제에 따른 첫 번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향후 포상규모와 신고자에 대한 대우가 알려질 경우 리베이트와 관련된 제약사 내부 고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리베이트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해온 영업사원의 경우 실적이 저조하거나 나이가 많아도 구조조정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직원을 모시고 살아야 할 처지여서 내부 직원관리마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 9개 제약사 리베이트 과징금 ‘폭탄’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각종 위법 수단을 이용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벌인 9개의 제약사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29억 6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적발된 업체는 ▲뉴젠팜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 ▲삼아제약 ▲스카이뉴팜 ▲슈넬생명과학 ▲신풍제약 ▲영진약품공업 ▲태평양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 9곳이다.
삼아제약은 자사 의약품의 처방 증진을 위해 28개 병·의원에 3천2백만원의 회식비와 2억3천100만원 상당의 컴퓨터 등의 물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약품은 신규처방의 대가로 494개 병.의원에 24억4천7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하고 골프접대 및 회식비를 지원한 밝혀졌다.
논문 번역비, 학술회 지원 등도 신종 리베이트 수법으로 등장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전국 1천444개의 병·의원에 번역료 명목으로 88억7천3백만원의 현금을 지급했다. 이는 통상 번역료의 150배 이상에 해당한다.
슈넬생명과학은 6개 병.의원에 학회발표비 등의 명목으로 600만원을 지급하며 의약품 처방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베이트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태평약제약으로2천101개의 병·의원에 총 88억7천6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것으로 적발됐다.
다만 이들 제약사들의 위법 행위는 모두 쌍벌제 적용 시점인 지난해 11월 28일 이전에 벌어진 일이라 리베이트를 수수한 병의원에 대해선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
◆ 제약사 직원 관리 살얼음판
리베이트 쌍벌제의 영향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는 제약사들은 이번 공정위의 발표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적발된 9개의 제약사 모두 퇴직한 내부자의 신고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조사는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리베이트 포상 신고제에 따른 첫 번째 결과물이다. 향후 포상규모와 신고자에 대한 대우가 알려질 경우 리베이트와 관련된 제약사 내부 고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제약사들의 직원 관리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실적이 저조하거나 고연봉, 나이 등을 이유로 구조 조정 대상에 속한 직원들조차 함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구체적인 리베이트 정황을 훤히 꿰고 자료를 갖고 있는 이들이 퇴사할 경우 포상금을 목적으로 어느 순간 고발자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누구든 퇴사한다는 얘기가 들리면 겁부터 덜컥 난다”며 “이러한 상황에 영업 실적으로 몰아부치거나 명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제 옛날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제약사들은 직원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실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1년에 한 차례만 열렸던 영업사원들에 대한 정기 교육의 횟수와 지원 비용을 늘려 나갈 방침”이라며 “리베이트와 완전히 무관한 업계 환경이 정착되기 전까지 다른 업체들도 이러한 추세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