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시장 또 들썩…소비자들 주름살
재건축 아파트의 잇단 하반기 이주 소식에 수도권 전세시장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들에서 새 집을 구하려는 주민들이 쏟아져나올 예정인 데다 일부 강남 지역에는 여름방학 학군 수요까지 가세해 비수기 여름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31일 서울시와 부동산써브 등 업계에 따르면 보상 및 이주가 시작되는 '관리처분인가'의 직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서울 시내 재건축ㆍ재개발ㆍ도시환경정비 조합은 모두 70개로 집계됐다.
조합별로 사업 진행속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이지만 이 중 상당수는 올해 하반기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곧바로 이주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어 주변 지역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다.
청실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3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조만간 관할 강남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관리처분인가가 내려지면 곧바로 1천446가구에 이르는 이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에서 전셋집이나 월셋집을 알아봐야 해 대치동 일대에 극심한 전세난이 빚어지게 된다.
이르면 다음달 20일께로 잠정 이주날짜가 잡힐 것으로 관측돼 최근 대치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전셋집을 구하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청실아파트 거주자는 대부분 교육 여건이 뛰어난 대치동을 벗어나기를 꺼리고 있지만 정작 인근 은마아파트에는 전세 매물이 없어 벌써부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
지난 3월 3억2천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은마아파트 115㎡ 전셋값이 최근 3억7천만원대로 올랐고, 수리가 아주 잘된 집은 최고 4억원까지 호가가 오른 상태다.
청실아파트에 이어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도 올 가을 안으로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이주를 시작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 지역 전세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덕시영 재건축 사업의 이주 대상자는 2천500가구여서 규모만 놓고 보면 청실아파트보다 파급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총 6천600가구가 사는 '매머드급' 단지인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 사업까지 급물살을 타면 서울 동남권 전셋값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은 현재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아놓은 상태로 용적률을 올리기 위해 용도지역을 2종에서 3종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용도지역 변경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연내 이주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써의 한 관계자는 "도심 정비사업들이 추진 속도에 따라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별로 정비사업의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