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중공업 상장 앞두고 강덕수 회장 도덕성 논란 번져

2011-06-01     류세나 기자

STX중공업의 최대주주인 STX조선해양이 중공업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이에 따른 불똥이 강덕수 STX그룹 회장에게로 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격인 (주)STX는 최근 STX중공업이 실시한 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 2대주주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이런 가운데 STX의 최대주주가 강 회장(12.99%)과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포스텍(23.12%)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대주주 배불리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


강 회장이 STX중공업의 상장차익을 얻기 위해 상장 전 지분을 싼 가격에 취득, STX조선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게 비난여론의 핵심이다.


실제로 STX중공업이 상장될 경우 이 회사의 최대주주들은 상장차익을 얻게 되는데, 이번 증자로 지분율이 낮아진 STX조선 주주들 입장에서는 상장에 따른 부가적인 수익을 STX와 나눠가지게 되는 셈이다. STX중공업에 대한 STX조선의 지분율은 94.06%에서 57.49%로 감소했으며, STX는 35.10%의 지분을 신규확보했다.


◆ STX, 조선 실권주 인수…"강 회장 이익 확대 포석"


당초 STX중공업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이 경우 STX중공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STX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STX중공업의 최대주주인 STX조선해양이 유상증자대급 납입일 전날 돌연 증자 불참을 선언(실권)하면서 자연스레 STX가 3자배정 방식을 통해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된 것.


업계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두고 STX중공업 지분을 STX에게 넘기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TX중공업이 주주배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3자배정 방식을 택할 경우, 배임 등의 문제로 확대 재생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 3자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해당 회사의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는 희석되게 된다.


또 앞서 지난달 초 STX가 2천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것도 중공업 증자 참여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STX측 역시 "증자 자금의 일부를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상장 앞둔 회사 유상증자 실권 왜? 의혹만 무성



그러나 STX측의 입장과 달리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STX중공업 유상증자가 결국 강 회장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STX조선이 곧 상장을 앞둬 상당한 규모의 상장차익이 예상되는 중공업 유상증자에 실권을 결정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또 향후 상장이 예정돼 있는 중공업이 신주 발행가액을 주당 2천500원이라는 저가에 발행한 점 역시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권주식을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STX가 취득한 것은 그룹차원의 협의와 결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라며 "이는 STX조선과 그 외 주주들에게는 손실을 주는 반면 STX의 최대주주인 강덕수 회장과 포스텍에게는 간접적인 이익을 안겨 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27일 STX중공업 유상증자와 관련한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STX, STX중공업, STX조선해양 측에 각각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현재 답변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경제개혁연대의 질의서에 성실히 답할 예정"이라면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STX조선이 중공업 유상증자를 실권한 까닭은 재무투자보다 설비투자 쪽으로 집중하기 위해서"라며 "STX조선의 투자진행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공업 신주 발행가격 저평가 의혹에 대해서는 "신주 액면가가 높게 책정될 경우, 상속과 증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도한 세금을 물게 된다"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시장평가기관을 통해 액면가를 산정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STX는 이번 STX중공업 유상증자를 통해 STX에너지, STX엔진 등을 비롯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 모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STX의 최대주주로 있는 강 회장의 그룹 내 입지도 더욱 확고해졌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