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택배사 '욕설ㆍ폭행ㆍ분실' 배달하나"

현대ㆍKT 등 '배짱영업' 요지경… 회사측 "그럴리 없다" 강력부인

2007-04-30     백상진 기자
두 달이 지나도 물건이 안오고, 기사에게 폭행을 당하고, 욕설로 협박하고….

택배회사들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부 택배 기사들은 고객에게 ‘막가파식’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고 택배회사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피해 소비자들은 택배 본사로 전화해서 항의해보지만 대리점(영업소)과 기사에게 책임을 서로 미루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올라온 최근의 사례를 모아봤다.

#사례1=회사원 박창우(35·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지난 2월 중순쯤 서울 강북지역으로 쌀을 보냈다고 해서 기다렸으나 5일이 지나도 도착이 안되었다길래 '현대택배' 성동영업소로 확인전화를 했다.

대리점측은 물건이 파손됐으니 새로 사서 보내주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항의를 하니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든가, 본사에 전화를 하라고 배짱을 부렸다.

한 달여에 걸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대리점은 이런저런 이유를, 본사는 대리점이 담당한다는 말을 하며 서로 책임을 미뤘다. 벌써 2달이 지나고 있다.

박 씨는 “바쁜 세상 몇 만원 받자고 할 일 없이 택배회사와 씨름할 수만도 없다”며 “물류를 선도한다는 대기업 택배회사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현대택배 관계자는 "지난 25일 CS(고객센터)팀 담당자가 고객님과 통화를 했다. 금액으로 보상하기로 서로 협의를 잘 마쳤다"고 밝혔다.

#사례2=소비자 임수연(여·38·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씨는 얼마전 충북 단양에 계시는 부모님께 'KT로지스' 택배로 물건을 보냈다.

지난 12일 택배 기사가 부모님께 전화로 “바쁘니까 단양에 아는 곳이 있으면 물건을 맡길테니 찾아가라”고 해서 아버지가 “가까운 곳으로 갈테니 그 곳에서 물건을 전달하라”고 했다.

그런데 택배기사가 물건을 건네주면서 “내가 당신들 하인이냐. 돈 2500원에 오라가라 하느냐”며 막말을 했다. 아버지가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하니 욕을 하며 얼굴에 침을 뱉고 멱살을 잡으며 목까지 졸랐다고 한다.

임 씨는 이 소리를 듣고 화가 나서 택배회사 본사로 전화를 했다. 최 모 대리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는데, 책임자가 외부에 나가 연락이 안된다며 다시 전화하라고 했다.

그날만 4번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월요일(15일)에 다시 전화 한다더니 지금까지도 전화가 없다.

임 씨는 “고객을 뭘로 아는지 회사나 기사나 뻔뻔하기 이를데가 없다”며 “단지 정중한 사과를 하기를 바랐는데, 회사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택배를 담당한 충북 제천지점측은 "서비스업을 하는 입장에서 잘못을 인정한다. 그러나 고객의 주장과 다른 내용이 있다. 택배 문제로 중간에서 서로 실랑이를 벌이긴 했지만 욕을 하고, 침을 뱉고, 멱살을 잡은 일은 없다.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에 고소를 했을 것이다. 현장에 경찰이 왔었다.

고객도 잘못한 점이 있다. 물건을 배달하기 전에 사모님(임씨의 어머니)께 동의를 구했다. 동네가 너무 오지라서 시내까지만 갔다드리겠다고. 다른 택배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아버님(임씨의 아버지)이 통화내용을 듣고 욕을 하며 먼저 역정을 냈다. 서운한 점은 인정하지만 현장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일로 "담당 소장을 해고시키라. 그러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계속 전화하고 찾아와 업무를 못 볼 지경이다. 죄송하다고 여러차례 이야기했지만 막무가내다"라고 해명했다.

#사례3=소비자 신선경(여·38·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지난 13일 '옐로우캡' 택배 기사와 직접 전화해 부재시 어디에 맡겨달라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 운송번호와 집주소까지 알려주었다.

그러나 물건이 도착하지 않아 저녁 8시 무렵 전화하니 신경질부터 냈다. 용압이 안가는 태도로 전화를 받아 언성이 높아졌다. 결국 녹음을 해야하는 상황까지 갔다.

기사 : “아줌마, 어제도 가도 그제도 갔는데 집에 없더만.”
고객 : “어제요? 어제 일요일인데 오셨나요?”
기사 : “…”
고객 : “제가 저번주 금요일에 분명 XX에 맡겨달라고 전화했잖아요. 근데 왜 아직도 안오신거예요?”
기사 : “아 씨발, 내가 배달해야 하는 곳이 어디 아줌마집 한군덴줄 알아?”
고객 : “아줌마? 씨발? 야 너 택배기사면 배달이나 제대로 해!”(이하 생략)

신 씨는 “피곤한 밤 아까운 시간 낭비해가며 녹음한 그대로 썼다”며 “이 택배회사는 전화해도 절대 안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옐로우캡 지점관리팀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든 고객에게 욕을 하면 안된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해당 지역 지점장을 인사관리 소홀로 문책하고 불이익을 주겠다. 고객님의 연락처를 알려준다면 사과말씀 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