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김종창 전 원장 소환..금감원 뒤숭숭

2011-06-09     임민희 기자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9일 검찰에 소환됐다는 소식에 금감원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조사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측과 유착되거나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9일 오전 소환, 조사 중이다.

재직 중 비리 의혹에 연루돼 금감원장 출신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2003년 나라종금 로비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유죄를 받은 이용근 전 금감원장, 2007년 김흥주 로비사건으로 소환된 이근영 전 금감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정장 차림으로 변호인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을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는 은진수(50.구속) 전 감사위원을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 무마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은씨한테서 "김종창 원장에게 부산저축은행 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신경써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는 일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김 전 원장의 꼼꼼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상 부산저축은행의 검사를 무마해달라는 은 전 감사위원의 청탁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가 진행되던 작년 2월 검사를 1주일가량 중단시킨 것이나 감사원을 찾아가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두고 항의한 것도 정해진 절차를 지키고 조직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금감원의 생각이다.


다만, 김 전 원장이 스스로 결백을 주장하는 대신 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끝에 검찰에 출석한 점에서 의심 어린 시선도 없지 않다.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아시아투자신탁의 임원을 지냈고, 금감원장 재직 시절 부인이 소유한 이 회사 지분을 매각한 게 차명이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