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HP, 제품 사용법도 몰라 소비자만 '핑퐁'
애플코리아와 한국휴렛팩커드(HP)가 자사 제품의 지원 기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안내를 남발해 소비자의 속을 까맣게 태웠다.
업체들은 '상담원 개인의 착오', '주변 기기 제조사의 책임'이라며 사안을 축소하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15일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에 사는 안 모(남.35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초 10만원 상당의 HP 복합기(B110A)를 구입했다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됐다.
안 씨가 제품 구입을 결심한 이유는 애플사에서 출시한 아이폰, 아이패드1‧2 등과 연결해 무선으로 화면을 출력할 수 있는 ‘에어프린트’ 기능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
정식 사용설명서나 제품 광고에는 이러한 설명이 없었지만 리뷰 등을 통해 다수의 사용자들이 이미 관련 기능을 활용 중임을 확인한 터였다. 하지만 막상 안 씨가 자신의 아이패드2 화면을 출력하려고 하자 기능이 작동되지 않았다.
애플코리아 측에 문의하자 몇가지 형식적인 조치만 안내할 뿐이었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자 애플코리아 측은 프린트 제조사에 연락을 취해보라고 안내했다.
한국HP 역시 형식적인 조치 안내 후 애플코리아 측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두 업체의 핑퐁에 화가 났지만 이렇다할 방법이 없자 또 다시 애플코리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상담원은 뜻밖에도 "복합기 모델이 에어프린트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안 씨는 애플 본사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에어프린트 지원 모델에 자신이 구입한 기기가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주소와 카테코리를 안내했다.
그제야 상담원은 “최근 내용이 업데이트 된 사실을 몰랐다”며 어쩔줄 몰라했다.
답답한 업무 처리에 화가 난 안 씨는 다시 한국HP에 전화를 걸어 애플 공식 홈페이지의 내용 확인을 요청했다. 며칠후 HP 상담원은 "애플 본사에 문의한 결과 홈페이지에 기재된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는 어이없는 답으로 화를 돋웠다.
그 사이 지인의 아이폰에 해당 복합기를 연결해 에어프린트 기능을 직접 가동해 보고 애플 홈페이지에서 이와 관련된 Q&A 문서까지 찾아낸 안 씨로써는 황당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안 씨는 참았던 화를 터뜨리며 복합기의 에어프린트 문제를 설명하는 영문 문서를 전달하며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여기에도 한국HP는 끝내 대답이 없었다.
결국 안 씨는 오랜 시간을 들여 직접 장문의 Q&A 문서를 해독한 끝에야 직접 에어프린트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었다.
안 씨는 “오히려 소비자가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제시해도 '지원이 안되는 모델'이라며 우겨대는 업체 측의 무책임함에 치가 떨린다”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주변기기의 서비스 지원 여부는 당연히 주변기기 제조업체 쪽에 확인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 상담원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확답한 것은 개인적인 착오로 판단되며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HP 관계자는 “에어프린트 지원 모델은 모두 목록화 돼 있지만 최근 리스트 업데이트에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 씨에게 이러한 점을 충분히 사과하고 애플코리아 측에도 명확한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