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교환사채 대규모 미달...두산그룹 비상
2011-06-15 임민희 기자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사장 김기동) 주식과 연계해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장에서 역효과를 낳았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두산과 중국에서 굴삭기 시장을 놓고 경쟁중인 현대중공업은 최근 연구개발(R&D)비를 대거 투입하며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면서도 굴삭기 가격은 올리지 않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어 두산측을 불안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두산그룹 마저 증시에서 푸대접을 받으면서 앞으로 재무구조가 양호하지 않은 그룹들의 자금조달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EB의 일반공모 마감(10일) 결과 총 2천200억원 규모 가운데 약 420억원(352건)의 청약금액을 기록, 경쟁률은 0.19:1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청약이 미달된 1천780억원은 인수 금액이 확정된 증권사들이 채워 넣어야 한다. 두산중공업 EB는 대우증권, 신영증권, 동양종금증권이 각각 대표 주관사를 맡아 440억원씩 인수했으며, 한국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 6곳이 나머지를 가져가야 한다.
교환사채는 사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주식 등 다른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사채다. 교환사채와 발행회사가 보유한 제3의 기업의 주식과 교환되기 때문에 교환시 발행회사의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이번 두산중공업 EB 이자율은 연 4.5%를 보장 받지만 전환할 경우 두산건설 주식을 갖는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EB는 두산건설 청약자금 사용 목적으로 발행됐는데 아직 청약결과에 대한 실적보고서를 받지 못한 상태"라며 "대체로 자기주식을 가진 기업들이 발행을 하는데 자금이 묶여있기 때문에 통상 교환사채 발행 형식으로 자금조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 EB가 물량소화에 실패한 배경으로 이번 교환대상인 두산건설 주식에 대한 메리트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두산건설주식과 연계발행토록 전략을 짠 두산 관계자 및 주관증권사들은 모두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 방종욱 수석연구원은 "시장에서 두산건설 주식이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없고 두산그룹 주가도 현재로선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EB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라며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실적(굴삭기 사업 등)이 우려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빠졌고 이로 인해 두산그룹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두산건설 주가는 지난달 2일(5천550원)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25일 4천265원까지 떨어졌다. 14일 현재 두산건설 주가는 전일대비 75원(-1.67%) 내린 4천425원을 보였다.
두산건설 주가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것은 차입금과 PF보증채무 등 3조8천억원 상당의 빚과 분양률 저조 등 시장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은 각각 지난달 3일(3만600원)과 4일(6만6천600원)을 기점으로 한달 넘게 하락세를 보였다. 두산인프라코의 14일 종가는 2만1천350원, 두산중공업은 5만1천900원을 나타냈다.
교환사채 발행을 계기로 증시에서 쓴맛을 본 두산그룹이 어떤 카드로 현재의 난관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