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서 나온 낚싯줄, 비닐은 신고하지마!
보건당국 신고 이물질 아주 제한적..업체 조사에 소비자 불신높아
식품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물질. 이상한 이물질을 발견한 소비자들은 기겁을 하고 먹은 식품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를 바로 해결하기는 난망하다.
1차적으로 업체에 신고를 하지만 배짱으로 일관하거나 자체 조사를 근거로 '무해하다'는 판정을 남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또 보건당국에 신고할 수있는 이물질 종류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공적인 도움도 받기 어렵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판매의 목적으로 식품 등을 판매하는 영업자는 소비자로부터 판매제품에서 섭취할 때 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섭취하기에 부적합한 물질을 발견한 사실을 신고 받은 경우 지체 없이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유통 중 파손되거나 개봉하여 보관중인 식품에서 발견되는 곰팡이,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없는 일부 물질 등은 보고 대상에서조차 제외되고 있다.
행정처분을 피하고자 하는 업체가 조사기관의 객관적인 절차 없이 내부 조사 만으로도 얼렁뚱땅 넘어갈 수있는 허점이 되고 있다.
연일 기온이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CJ제일제당. 농심. 남양유업.매일유업.일동후디스.파스퇴르.오뚜기.하림.한국 코카콜라.삼양식품.롯데제과.해태제과.오리온.대상.동원F&B등 대형 식품회사들의 제품과 관련, 변질 및 이물질 제보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닭가슴살’ 통조림에 핏기가..“먹어도 돼?”
16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사는 정 모(남.30세)씨는 며칠 전 닭고기 전문업체인 H사가 생산한 ‘닭가슴살’ 통조림을 1천500원에 구입했다. 따로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라 운동 중 단백질을 섭취하고자 한 그에게는 안성맞춤이었던 것.
하지만 정 씨는 통조림을 먹던 중, 닭가슴살에 핏기가 도는 것을 발견하고 속이 거북해졌다. 불쾌한 마음에 내용물을 쏟아보니 제품의 상당부분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당황한 정 씨는 곧장 제조업체 측으로 문의했지만 “간혹 붉은 빛이 도는 제품이 있긴 하지만 완전히 익혔으므로 문제될 것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는 요청에도 업체 측은 제품 수거에만 급급했다는 게 정 씨의 설명.
정 씨는 “식품위생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에 맡겨 조사를 의뢰하기는커녕 문제를 덮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업체를 믿을 수 없어 직접 기관에 신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H사 관계자는 “피를 빼는 공정에서 피가 덜 빠졌거나, 냉동 과정에서 살이 붉어질 수 있지만 이를 이물로 볼 순 없다”며 “통조림 제품의 경우 고압살균과정을 거치므로 섭취 시 문제가 없다고 판단, 작업자들이 제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육안 상 만족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보상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직접 검역원에 조사를 맡겼으니 검사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호떡믹스에 정체불명 이물질...“뭔지 잘몰라 기다려봐~”
충남 계룡시 금암동에 사는 김 모(여.30세)씨는 지난 달 구입한 O사의 찹쌀호떡믹스를 조리해 먹으려다 깜짝 놀랐다. 호떡믹스 안에 1cm 길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질이 들어있었던 것.
당황한 김 씨는 곧장 업체 측으로 전화 걸어 이물의 정체와 혼입된 경로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깻잎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평소에도 동일한 제품을 곧잘 구입했던 김 씨는 제품의 안전성이 의심돼 정확한 결과를 요청했지만 담당자는 구입가 환급과 타 제품 보상을 제안했다.
신고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답변을 얻지 못한 김 씨는 “보상이 아닌 인체 무해 성분인지, 혼입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조사를 원한다”며 “신고를 받았으면 공인된 조사기관에 의뢰해야 원인을 찾을 수있늘 거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이와 관련 O사 관계자는 “현재 신고된 이물은 식약청에서 원인 조사 중이고, 정확한 결과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본사 자체적으로도 이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깻잎으로 추정될 뿐, 혼입단계가 제조·유통 단계인지 개봉 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 유명 포도주스에 검붉은 곰팡이.."복통 앓았다"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에 사는 정 모(남.35세)씨에 따르면 그는 이달 초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K사 포도쥬스를 먹은 후 복통에 시달렸다. 뒤늦게 알고 보니 곰팡이가 핀 주스였던 것.
컵에 묻은 검붉은 곰팡이를 보고 불쾌해진 정 씨는 곧장 업체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성분 분석을 위해 제품을 회수해 간 회사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유통과정이나 보관상태의 부주의로 판단된다”며 구입가 환불을 제안했다.
정 씨는 “보상이 아니라 정확한 원인규명을 원한다”며 “혐오스런 이물이 발견됐는데도 조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는 믿을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K사 관계자는 “주스에 혼입돼 있던 곰팡이는 ‘페니실리움’으로 실내 공기나 식품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로 밝혀졌다”며 “높은 온도에서 가열해 살균하는 제조공정상 곰팡이가 제조단계에서부터 생존할 수는 없고 유통과정 중에 외부 충격으로 공기가 유입됐거나 개봉 후 보관상태가 불량해 이물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물이 발견됐다고 무조건 조사기관에 보고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 보고 대상 범위에서 제외된 이물이었으므로 자체적으로 조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보고대상 이물의 범위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보고대상 이물의 범위와 조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고시에 따르면 육안으로 식별 가능하고 인체에 위해나 손상, 혐오감을 주거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섭취하기에 부적합한 이물을 보고대상 이물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보고대상 이물의 종류는 ▲금속성 이물, 유리조각 등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나 손상을 줄 수 있는 이물 ▲기생충 및 그 알, 동물의 사체 등 섭취과정에서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이물 ▲곰팡이, 고무, 나무 등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섭취하기에 부적합한 이물 등이다.
하지만 머리카락, 비닐, 씨앗 등 풀씨 및 줄기, 참치껍질․가시 또는 혈관, 종이류, 끈(금속성 재질 제외), 낚싯줄, 고압멸균 등의 가공과정을 거쳐 연화된 동물의 뼛조각 또는 돼지고기의 연골, 제조·가공과정에서 사멸되어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없는 기생충, 제조과정 또는 유통 중에 원료성분의 변화 등으로 발생하여 침전․응고되거나 뭉쳐있는 형태의 이물 등은 제외대상이다.
이밖에도 유통 중 파손되거나 개봉하여 보관중인 식품에서 발견되는 곰팡이류, 다른 식물이나 원료식물의 표피 또는 토사 등과 같이 실제에 있어 정상적인 제조·가공 상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잔존하는 경우의 이물로서 그 양이 적고 일반적으로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없는 것은 제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청 식품관리과 관계자는 “식품의 이물이 발견될 가능성을 100% 차단할 수는 없으므로 다양한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이물만을 보고대상의 범위로 두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업체의 자체적인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 소비자가 직접 행정기관으로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