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에서 3년째 뜨끈한 바람만…송풍기 아냐?

2011-06-21     양우람 기자

같은 증상으로 수십차례 수리를 받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에어컨 때문에 소비자가 몇 년째 끙끙 앓고 있다.

21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사는 구 모(남. 47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9년 1월 피부마사지숍을 개업하며 캐리어 스탠드형 에어컨(CP-A151VNA)을 구입했다 3년째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해 여름이 찾아오자 제품 구입후 처음으로 에어컨을 구동해본 구 씨. 하지만 기기에 본래 이상이 있었던지 아무리 오래 켜 두어도 뜨거운 바람만 계속해서 나왔다는 것이 구 씨의 설명.

즉시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제품 점검을 요청하자 가게을 찾은 설치기사는 “냉매가스가 새어나가 그런 것”이라며 간단하게 가스 주입 후 돌아갔다. 

이후 얼마간 에어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싶더니 또 다시 예의 증상이 반복됐다. 다시 수리기사를 불러 동일한 조치를 취했지만 임시방편일 뿐, 문제는 계속해서 되풀이 됐다. 

그러기를 4차례. 그 사이 더위는 물러갔지만 에어컨이 되지 않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없었다. 일하는 것도 물론 힘들었지만 더위를 못 참는 고객들도 발걸음을 끊었다.  500만원 이상을 주고 산 고가의 에어컨이 첫 해부터 말썽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구 씨는 가슴을 쳤다. 

지난 여름에도 캐리어와 구 씨의 지난한 싸움이 계속됐다. 더운 바람이 나오면 수리기사를 불렀고 수리기사는 기계적으로 냉매가스를 주입했다. 그러면 시원한 바람이 나왔지만 얼마못가 다시  온풍으로 변하는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참다 못한 구 씨는 멀쩡한 제품으로 교환해 달라고 하소연했지만 업체는 내부 규정 운운하며 거절했다. 결국 작년 여름에는 무려 7차례의 수리 점검에도 증상은 바로잡아지지 않았다.

올 들어 슬슬 날이 더워지자 며칠전 구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에어컨을 틀어봤다. 이번에도 그를 맞는 더운 바람에 다시 고개를 떨군 구 씨. 

그는 “에어컨을 구입하고 3년동안 제대로 사용해본 횟수는 손에 꼽을 지경”이라며 “유명 에어컨 전문기업에서 만든 제품이 이 지경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에 대해 캐리어 관계자는 “에어컨 냉매가 새어나간 이유는 연장배관 용접부의 누설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구 씨가 정식 AS센터가 아닌 일반 냉동업자에게 설치 및 점검 서비스를 받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물 책임법에도 설치불량과 제품불량이 구분돼 있는 만큼 구 씨에게 제품 자체의 환불이나 교환해줄 책임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체의 이러한 설명에 구 씨는 펄쩍 뛰었다. 

구 씨는 “캐리어 전국 AS 센터에 연락을 취해 파견된 기사에게서 지금까지 10차례 이상 수리를 받아 온 것”이라며 “업체 측이 교환이나 환불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