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금지' 임박..금감원 출신 감사 선임 금융사 좌불안석
2011-06-16 임민희 기자
특히, 현대증권(사장 최경수)과 신영증권(사장 원종석), 동부증권(사장 고원종) 등 몇몇 증권사의 경우 금감원 출신 감사를 새로 영입할 수 없게 되자 기존 감사직을 수행하던 인물을 재선임해 빈축을 샀다.
이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방침과 역행하는 것으로 향후 고강도 검사 등 집중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금융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방안이 나올 때까지 감사 선임을 무기한 연기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관예우 관행을 끝까지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 감독원출신을 재선임한 증권사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 '전관예우 금지' 방침에 증권사들 반기?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주주총회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한 곳은 모두 6곳이다.
지난달 26일 주총에서 한국투자증권(사장 유상호)이 금감원 출신인 김석진 현 감사를 재선임한데 이어 27일에는 현대증권(임승철 전 금감원 국장), 동부증권(김진완 전 금감원 총무국 부국장), 신영증권(김종철 전 금감원 실장)이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했다.
또 지난 3일에는 SK증권(사장 이현승)과 NH투자증권(사장 정회동)이 주총에서 각각 금감원 출신인 김성수 씨와 윤진섭 씨를 감사로 재선임했다.
다만, 메리츠종금증권(사장 최희문)의 경우 지난해 선임된 금감원 증권검사 1국장 출신인 백수현 감사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2013년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도록 했다.
대신증권(사장 노정남)은 금감원 출신 감사 내정자의 사의를 수용하고 서둘러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상무이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는 은행권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주총에서 국민은행(행장 민병덕)은 박동순 전 거시감독국장을, 한국씨티은행(행장 하영구)은 김종건 전 리스크검사지원국장을, 대구은행(행장 하춘수)은 정창모 전 연구위원을 새 감사로 선임한 바 있다.
신한은행(행장 서진원)의 경우 당초 감사로 내정됐던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저축은행 비리사태 등을 감안해 자진사퇴 하면서 새감사 후보 찾기에 고심 중이다. 현재 지난 3월말 임기가 만료된 원우종(전직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 출신) 감사가 업무를 계속 맡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금융감독 혁신 T/F' 결과가 나오면 자격조건 등을 반영해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신한은행 새 감사 후보를 심의, 이사회를 통해 최종 후임자를 선임할 계획이다.
보험권의 경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보험사는 10곳으로 이중 신한생명(사장 권점주)과 알리안츠생명(사장 정문국), 흥국생명(사장 변종윤), PCA생명(사장 김영진)은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두고 있다.
이미 주총을 치른 보험사의 경우 새 감사를 선임했으며 신한생명의 경우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새 감사를 선임할 계획이었으나 금융감독 혁신 방안을 지켜본 후 감사를 선임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금감원 비은행검사2국장 출신인 소순배 감사가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신한생명 감사직을 유지한다.
'공직자윤리법 개정' 공감대 형성, '전관예우' 근절될까?
일부 증권사들이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하는 뜻밖의 선택(?)을 했지만 상당수 금융사들은 정부의 ‘전관예우 근절 방침’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사태로 금감원 출신 감사 선임에 대한 국민적 비난과 금융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인식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은 퇴직공직자들이 금융사나 대형로펌에 재취업해 '봐주기 검사 청탁' 등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고위공직자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마련, 이달 말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9일 민․관 합동으로 '금융감독 혁신 T/F'를 출범, 이달 중에 금융당국의 업무관행 혁신과 감독/검사 선진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10여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 15일에는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논의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공청회가 진행됐다. 또 행정안전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전날 고위 공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일정 직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등은 퇴직 후 1년간 관련 업무 취급 금지, 업무활동내역서 제출 의무화, 본인 및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부정 알선 및 청탁 금지, 비상근 사외이사나 고문 등도 취업심사대상직위로 명시 등이다.
16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면 현재 계류된 관련 법안을 모두 취합해 20일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인기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발의한 윤리법개정안은 정부 방안에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보강한 것으로 고위공직자들의 경력세탁이나 로비(부정한 알선과 청탁) 등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게 주목적"이라며 "정부 주도로 이뤄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직자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고 수용하는 분위기고 국회에서도 적극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정부가 내놓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참여연대에서 3차례 입법청원했던 내용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 행위제한을 도입하고 취업제한 대상에 로펌과 회계법인을 포함시킨 부분은 긍정적"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퇴직 후 5년간 관련부서 업무 취업제한을 했기 때문에 경력세탁은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팀장은 "현직 공직자들이 부당한 청탁을 받았을 때 보고, 신고하는 부분 등 행위제한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로비를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향후 퇴직자에 한해 취업제한이 될 뿐 소급적용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 출신 감사 선임 등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관행도 근절될 전망이다.
또한 이미 금감원 출신 감사를 선임한 금융사들 역시 향후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