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슈퍼판매, 동아 · 유한 · 동국 웃는다
최근 복지부가 소화제, 자양강장제 드링크 등 일부 경질환 의약품의 슈퍼판매를 사실상 허용함에 따라 각 제약사에 미칠 영향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침체된 업계 분위기를 전환할 호기라고 분석하지만 정작 제약사들은 이 제도에 극력 반발하고 있는 약사들을 의식해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이번 약국외 판매가 업계 판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동아.유한.동국 수혜…나머진 효과 미미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의 의약외품 전환 방침이 발표되자 몇몇 제약사들이 ‘행운아’로 떠오르고 있다.
이중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약사는 동아제약.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이번 슈퍼판매 논의의 핵심으로 여겨질 정도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품목이다.
박카스의 의약외품 전환이 결정됨에 따라 동아제약의 전체 매출에도 큰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박카스의 지난해 매출은 1천283억원(4.5억병)으로 동아제약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다.
증권가는 박카스의 슈퍼판매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되면 향후 2∼3년 이내 2002년 기록했던 최대 판매량(7억병)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매출 규모가 2천억원 수준에 육박해 동아제약 전체 매출 규모를 큰폭으로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음으로 동국제약 역시 연고, 크림제의 의약외품 전환이 확정됨에 따라 일정한 매출 상승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약의 마테카솔(연고, 분말 포함)은 지난해 105억원의 매출을 올려 회사 전체 매출 7%를 차지했다.
유한양행 역시 이번 의약외품 전환 방침에 따른 수혜사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경우 외용제 안티프라민과 자양강장제 유톤액이 의약외품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안티프라민 27억, 유톤액 5억 수준이지만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라는 자체 생활용품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슈퍼판매가 시작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제약사들이 이번 슈퍼판매 전환에 따라 거두게 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발표한 의약외품 전환 대상은 총 44개 폼목(건위․소화제 15개, 정장제 11개, 외용제 4개, 자양강장드링크류 12개)으로 전체 18개 제약사가 이들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7개 제약사의 23개 품목은 지난해 생산 실적이 아예 없다. 동아제약, 유한양행, 동국제약을 제외한 나머지 제약사가 가진 품목의 전체 생산 규모는 겨우 1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슈퍼판매 득보다 실?”…약사 ‘눈치’ 보기 여전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제약사들조차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약품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브랜드 가치가 슈퍼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부류의 제품과 섞일 경우 판매량에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할 수없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에 대한 신뢰 때문에 생겨난 수요가 일반 제품과의 구분이 흐릿해 지면서 사라질 수 있다”며 “브랜드 가치를 놓고 봤을 땐 쉽사리 득실을 따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슈퍼판매를 위한 제반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슈퍼판매에서 효과를 거두려면 그만큼 마케팅과 물류 등에도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투입되는 유통 비용이 판매량으로 연결될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나아가 의약외품 전환에 따라 슈퍼판매가 이루어지면 상대적으로 간소화 되는 품목 허가 절차로 인해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져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이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이러한 반응은 진짜 속내를 감추기 위한 ‘위장술’이라는 시각도 있다. 복지부의 이번 결정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약사들의 눈치를 본다는 것.
현재 대한약사회는 일반약 의약외품 전환에 반대해 회장의 단식농성, 집행부 전원 사퇴 등으로 필사적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사들이 저렇게 반발하는 동안 제약사가 이해득실을 따지다 보면 자칫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처럼 의약외품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제약사 매출이 느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