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나이스 정휘동 회장 신화, 18년만에 무너지나?
청호나이스 정휘동 회장<사진>이 금품 로비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창사 18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횡령 혐의로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을 불러 조사하던 중 정 회장과의 수상한 거래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청호나이스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는 강도높은 수사를 펼쳤다.
지난 1993년 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2천6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청호나이스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청호나이스가 최근 웅진코웨이와 후발 정수기업체들에 밀려 시장점유률이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검찰수사까지 겹쳐 기업 이미지 손상으로인한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물 박사, 청호나이스 창립 18년만의 굴욕청호나이스는 업계 1위 웅진코웨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1990년대 말 시장점유율을 40%까지 끌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웅진코웨이와 더불어 명실상부한 2강 체제를 이뤘다.
1993년 설립 첫해 매출액이 30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 10배 늘어난 300억원, 1995년 1천억원을 돌파하며 급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천600억원을 기록했다.
정수기를 비롯해 비데, 공기청정기 등을 판매하는 청호그룹을 일궈낸 주인공은 바로 정휘동 회장.
정 회장은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와 동대학원(국제마케팅석사)을 졸업했다. 미국 현지에서 환경관련연구소와 기업에서 수질 전문가로 일하다 지난 1990년 귀국했다.
당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아 1991년 파견근무 형태로 웅진코웨이 제품개발팀에 합류한 일화는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웅진코웨이 상무를 거쳐 1993년 부친인 고 정인호 전 청호나이스 명예회장과 웅진코웨이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본 뜬 청호나이스를 설립했다.
그러나 청호나이스는 잇따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몇차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단계 판매 논란에 휩싸여 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했고 무리하게 밀어부친 김치냉장고 사업 철수로 A/S에 대한 소비자 민원에도 시달렸다. 이같은 기업이미지 악화로 청호나이스는 비록 매출은 늘었지만 급성장하는 시장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시장점유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지난 1998년 IMF를 계기로 웅진코웨이가 사회적 물의가 자주 빚어지는 방문판매 방식을 렌털로 개선해 시장을 급속히 장악한데 반해 청호나이스는 여전히 구습에 머물러 있었던 점도 사세를 약화시켰다.
웅진코웨이가 몸집을 급속히 불려 지난해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청호나이스는 2천600억원에 머물렀다.
정수기시장 점유율도 웅진코웨이가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청호나이스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만년 2위인 셈이다. 현재 한국암웨이를 비롯 동양매직, 교원L&C, LG전자등 대기업들이 거세게 도전하고 있어 2위도 장담할 수없는 상황이다,
이번 검찰 수사가 청호나이스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청호나이스는 정휘동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87.99%에 달한다. 정 회장의 지분이 72.72%, 정수기 필터를 생산하는 마이크로필터가 9.49%, 정 회장의 동생 정휘철씨가 5.78%를 갖고 있다.
정휘철씨는 수퍼마켓인 나이스마트를 경영하다 2002년 설립된 마이크로필터 대표이사 겸 청호나이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나이스마트는 2007년 롯데쇼핑에 인수됐다. 정휘철 대표이사는 마이크로필터 지분을 80% 보유하고 있다.
◆ 검찰수사 어떻게 이루어졌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최윤수 부장)는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청호나이스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김영편입학원의 횡령 및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하다 5년 전 청호나이스가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을 당시 금품 로비를 한 단서를 포착하고, 정 회장 등 회사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번 수사는 청호나이스가 김영편입학원의 로비 창구 역할을 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앞서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은 횡령한 돈을 자신의 다른 사업이나 도박자금으로 쓰고, 학원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김영편입학원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청호나이스 쪽으로 거액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발견하고 청호나이스에대한 수사 강도도 점차 높이고 있다. 양사는 업무 연관성은 없으나 김 회장보다 6살 연하인 정 회장이 평소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터라 공동 금품 로비를 벌였거나 한쪽이 로비를 벌이고 다른쪽이 사례를 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검찰은 양사가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국장 출신의 A법무법인 이 모씨를 통해 한 전 청장에게 돈을 전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씨는 2006년 2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과장에서 조사2국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해 이목이 집중됐다. 그해 3월에는 한 전 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됐다.
때문에 이 씨가 국장을 끝으로 퇴직한 이후에도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영향력을 행사, 김영학원 등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받게 했는지 관심이 모아졌다. 이 씨는 김영편입학원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으로 지난 15일 구속됐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