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외환 매각 무산 당국 책임론 재부상
2011-06-20 임민희 기자
정부가 돌연 산은금융지주(회장 강만수)의 우리금융 입찰참여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또한 대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사실상 유죄를 선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재점화됐고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 또한 법원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키로 하면서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문제도 불확실한 상태가 돼버렸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지만 우리지주와 하나지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지주는 민영화 시기가 늦춰지더라도 학수고대했던 '자체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 반면, 하나지주는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이 지체되면서 그간 수고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이 또 다시 무산될 경우 금융당국이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위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와 관련 금융사들의 대응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외환매각 안개국면..우리금융 '회심' 하나지주 '울상'
최근 산은지주가 강력한 잠재적 인수후보로 떠오르면서 '자체민영화'의 꿈을 접어야할 위기에 처했던 우리지주는 ‘라이벌의 퇴장’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여전히 우리지주의 자체민영화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추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힘입어 금융당국마저 '산은지주 입찰참여 배제'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도 이를 수용, 우리금융 민영화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국내 다른 금융지주사와 외국계 기관투자자 참여 등 우리금융매각 유효경쟁 입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며 우려를 일축하는 한편, 국내 지주사들의 입찰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타금융지주사 소유시 최소지분 30~50% 완화)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KB지주와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 하나지주 등은 "입찰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사실 금융권 내에서는 금융지주사간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경우 국제시장 흐름에 역행할뿐더러 독과점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리․KB․신한․하나 등 4개 지주사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전체를 통매각할 경우 몸집이 커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주와 우리투자증권, 지방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을 분리매각하거나 대규모 블록세일(대량매매) 또는 국민주 방식 등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작년에는 우리사주 등의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을 추진하다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이 커 중단했는데 이번에는 입찰구조상(최소입찰규모 30% 상향)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며 "아직 자체민영화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일단 29일 입찰참가의향서(LOI) 마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지주 론스타 협상 난항, 법적공방 장기화시 중대결정할 듯
반면,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재계약을 위해 협상 중인 하나지주는 상황이 점점 꼬여가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6개월 계약연장, 외환은행 지분 5% 선인수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상 하나지주 측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나지주와 론스타의 협상이 길어지는 데는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판결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론스타 측이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사실상 법정공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가 법원 판결 이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터라 법적 판단이 1년 이상 지체될 경우 하나지주로선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하나지주가 조만간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고 우리금융 매각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론스타와 재계약을 놓고 계속 협상 중인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늘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론스타의 법적공방은 하나지주와 진행하고 있는 기존 협상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 입찰 참여 가능성에 대해 "김승유 회장이 밝혔듯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여러 대안 중의 하나로 해외금융 인수, 보험․증권 등 2금융권 금융회사 인수 등을 검토한 바 있지만 현재는 외환은행 인수에만 올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