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숨기고 파는 생산자 vs 생산자 질리게 하는 소비자
2007-05-05 헤럴드경제제공
수입차 업체인 A사는 얼마 전 기자들과 함께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A사 사장과 부사장 등은 지방의 한 고객에 대해 성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 업체 고객은 지방에서 의사생활을 하는 중상급 소비자였다.
A사 사장은 “도데체 몇 차례나 불만을 요구하는지 모르겠어요. 소비자보호원에 고발을 하라고 해도 고발하지 않고, 무턱대고 인터넷 게시판이나 일부 차량 마니아 카페에 글을 올리죠. 내용은 저희 차량에 대한 터무니 없는 사항입니다. 그럼 우리야 고객 응대 차원에서 열심히 듣고, 문제점을 해결해 주려고 하는데 이것도 잠시 뿐입니다. 몇 달 지나면 비슷한 내용으로 다시 불만 사항을 인터넷에 올리죠.” 사장의 말에 이어 부사장 역시 고객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왕’(王)인 시대가 오면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근거 있는 불만을 늘어 놓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인 B사에도 무리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빗발친다.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차량 트렁크에서 가스통이 터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 고객은 화재 후 트렁크에 있던 가스통을 치우고 보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보험사에서 정밀 조사에 들어가 트렁크에 가스통이 있었다는 점을 밝혀 낸 후 고객은 아무 말도 없이 자차 수리를 요청한 후 돌아갔다.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체들도 문제= 일부 완성차 업체나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 차량에 있는 작음 흠집을 숨긴 채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물의를 빚기도 한다.
수입차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단 한대도 없다. 전량 해외에서 생산된 차량을 선박을 통해 수입한다. 일부 고가 차량의 경우 후한 대접을 받으며 비행기로 수입되기도 한다.
다만 수입 과정에서 일부 흠집이 날 수 있고, 이 차량을 다시 해외로 돌려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차량 흠집을 최소한으로 만든 뒤 출고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어떤 차량은 수입 과정에서 녹이 쓸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한 수입업체 사장은 “어떤 업체에서 불량 사실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하겠느냐”며 “100% 완벽한 차량을 출고하는 게 목표지만 간혹 발생하는 실수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리한 소비자들이여 “떠나라”= 소비자도 소비자 다워야 소비자다. 구입한 지 6개월이 지난후 새 차로 교환을 요구하는 소비자부터 불만을 토로한 후 갖은 옵션에 현금까지 받은 뒤 여기 저기 소문을 퍼트리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보호원이나 법원 등을 통해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
오히려 본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생떼를 쓰는 경우다.
얼마전 현대차는 에쿠스를 구매한 고객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7개월째 시위를 벌인 김모씨에 대해 양재동 사옥과 경영진 집 근처에서 시위를 못 하도록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02년 7월 에쿠스 승용차를 구입한 뒤 1년 반 뒤 교통사고 후 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환불과 차량교체를 요구하며 지난해 8월부터 계속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