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강문석, 제약맨 됐으나 빛좋은 개살구?

2011-06-22     양우람 기자

절치부심 끝에 제약업계 컴백을 앞두고 있던 강문석 전 동아제약 부회장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굴곡을 딛고 중소제약사 경영권을 손에 넣는 가 싶었지만  결국 경영 주도권을 빼앗길 상황에 처했다.

'풍운아'강 전 부회장의 행보가 다시 제약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중도금 납입 실패…우리들제약, 의사 손으로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 전 부회장(현 디지털오션 대표, 수석무역 부회장)은 그동안 컴백의 ‘주춧돌’로 삼기위해 공들여 오던 우리들제약의 인수 작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디지털오션으로 인수자 명의를 변경하면서까지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매각대금 지불날짜를 지키지 못해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 

당초 디지털오션은 우리들제약을 178억원을 매수하기로 하고 6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인 회사의 부채 110억원을 대위변제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기한인 지난달 31일까지 대금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사이 '닥터홀딩스'라는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났다.

우리들제약은 최근 공시를 통해 인수자 명의를 기존 디지털오션 단독에서 디지털오션과 닥터홀딩스 공동으로 한다고 밝혔다.


닥터홀딩스는 지난 15일 이미 계약금으로 10억원을 지급하고 이달 30일 중도금으로 30억원, 다음달 22일까지는 잔금 72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디지털오션이 대위변제키로 한 우리들제약의 채무를 고스란히 떠안는 조건으로 닥터홀딩스가 새로운 인수자로 결정된 것. 

닥터홀딩스는 약 100여곳의 병‧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이 제약회사 인수를 위해 모여 만든 투자단체로 인수 제약사의 의약품 등을 자체 병원에  공급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만약 닥터홀딩스의 지불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경우 제약업계로의 화려한(?) 컴백을 계획하던 강 전 부회장의 계획은 빛을 바래게 된다. 

강 전 부회장은  디지털오션을 통해 우리들제약 인수 계약금을 치른 뒤 지난 3월 우리들제약 등기이사에 오르고  5월 임시주총을 통해 대표이사에 까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잔금 납입 지연으로 투입 자금  대비 지분을 갖게 된다면 경영권의 추는 닥터홀딩스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게 된다. 

특히 닥터홀딩스가 강 전 부회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그가 대표이사라는 직책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실제 우리들제약 측은 디지털오션과 닥터홀딩스가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고는 밝혔지만 닥터홀딩스가 ‘주도적’, 디지털오션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선을 그었다. 

◆ 무엇이 강 전부회장의 발목을 잡았나?

업계 일각에서는 강 전 부회장이  우리들제약의 온전한 인수에 실패한 것과 관련 최근 있었던 일련의 고소‧맞고소 사건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당초 우리들제약은 강 전 부회장의  초등학교 선배이자 삼미산업의 대표를 지낸 박우헌 씨 등 개인 투자자에게 인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씨 역시 중도금 지불에 실패했고 그 사이 강 전부회장이  새로운 인수자로 나섰다.

고배를 마신 박 씨는 지난 5월 초 강 전 부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철청에 고소했다.

구체적인 정황은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우리들제약 인수 실패에 따른 후휴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전부회장도 맞불을 놓았다. 

박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하며 “18억원을 갈취하려다가 요구에 응하지 않자 말도 안되는 사유를 모아 음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번잡한 사건이 최종 납입기간을 앞두고 벌어져 강 전부회장에게 물리적 정신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자금원'인 디지털오션의 수익 악화가 인수 자금 마련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오션은 2009년 당기순손실 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73억원으로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역시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현금화 할 수 있는 유동자산 역시 지난해 4분기 352억원에서 올해 1분기 285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회사의 불안한 재무 상태로 인해 인수 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강 전 부회장이 업계 복귀의 숙원은 해결했지만 회사 내부에서의 입지 약화, 모기업과 인수 기업의 실적 악화라는 삼중고를 털어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