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일반약 논의에 중소제약사 '덜덜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일반약 슈퍼판매에 맞서 약사 단체가 전문약 일반약 전환 카드를 꺼내들어 제약사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특히 응급피임약, 비만약 등 특수성있는 의약품과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상당수가 전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약품 시장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반대로 소형 품목의 경우 일반약 전환은 사실상 ‘생명줄’을 죄는 것이라 이번 논의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슈퍼로 빠진 약 병원에서 가져오자?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와 녹색소비자연대 등은 최근 보건복지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가 주관한 의약품 분류 2차 회의에 참석해 전문약 중 일반약 전환이 필요한 품목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약사회는 이 자리에서 자체 분석을 통해 오남용 우려가 적고 유효성과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한 총 20개 성분 479품목에 대한 일반의약품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약사회가 목록화한 품목은 현대약품 응급피임약 ‘노레보’, 로슈 비만약 ‘제니칼’, 중외제약 변비치료제 ‘듀파락’, 태평약제약 항궤양제 ‘판토록’ 등이다.
당초 약사회는 비아그라 저용량이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례를 들어 전환대상 품목에 포함시킬 예정이였지만 워낙 상징성이 강한 의약품인 까닭에 이번 토론에서는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녹색소비자연대까지 가세해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작년 12월 소비자단체에게 의약품 재분류 신청권이 부여된 이후 처음있는 일로 향후 재분류 논의과정에서 약사회 쪽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녹색소비자연대가 복지부에 제출한 제품군 역시 살부타몰, 수마트립탄, 오마가-3 성분을 제외하고 약사회와 동일하다.
이밖에도 재분류 신청권한은 없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응급피임약 등의 일반약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선 단체별 재분류 리스트가 제시됐을 뿐 별다른 합의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일 열리는 3차 회의는 이날 제출된 리스트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찬반토론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제약사별로는 희비 엇갈려
일반약 전환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데 따라 재분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제약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험급여가 떨어져 대다수 제품들의 매출하락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특수 의약품의 경우 판매량이 늘 것으로 기대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거론되고 있는 품목 중 응급피임약이나 비만치료제 등은 일반약으로 전환될 경우 전체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응급피임약 시장은 현대약품 ‘노레보’와 바이엘 ‘포스티노’가 양분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각각 30억원, 17억원 가량이다.
전체 시장은 50억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일반약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100억원 이상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된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비만치료제의 경우 국내 시장은 약 1천억원 규모로 재분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이 약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성분을 함유한 로슈의 ‘제니칼’은 다이어트 인구에게 지명도를 확보한 의약품이라 일반약으로 풀릴 경우 큰 폭의 매출 신장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다수의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일반약 전환에 따라 보험급여가 사라질 경우 매출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매출 규모가 큰 대형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나 군소 제품의 제약사 모두 마찬가지.
일반약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품목 중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의약품은 총 3개로 건일제약 고지혈증치료제 ‘오마코’, 태평양제약 항궤양제 ‘판토록’, 태준제약 안과용제 ‘히아레인’ 등이다.
대체로 전문약의약품이 일반약으로 전환될 경우 보험 급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일정한 매출 감소는 이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나아가 그동안 의사를 상대로한 마케팅, 영업활동 방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제품 광고가 허용됨에 따라 선점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대중 광고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도 걱정꺼리다.
소형 품목을 갖춘 제약사의 경우 타격의 강도는 더욱 크다. 일반약 전환으로 급여가 사라지면 약값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제품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 은행잎제제, 파스 제품 등이 비급여로 전환되면서 매출이 반토막 나는 상황이 재현될 수 도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제약사들이 살얼음을 걷는 기분으로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며 “만약 일반약 전환이 확정될 경우 매출 감소가 불가피 하며 영업, 마케팅 방식 또한 전면적이 재조정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하늘이 무너지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